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늘 미국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기시다 총리와 부인인 유코 여사는 오늘 오후 일본 정부 전용기 편으로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일본 총리의 국빈 방미는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에 이어 9년 만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총리는 ‘국가원수’가 아닌 ‘행정부 수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번 방미는 엄밀히 말해 ‘공식방문'(official visit)에 해당한다.
회담과 함께 환영 만찬, 의회 연설, 지방 방문 등 국빈 방문에 준하는 일정으로 구성돼 언론은 대체로 ‘국빈 방문’으로 칭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국빈 만찬이 포함된 공식 방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14일까지 방미 기간에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10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할 공동성명에서 양국 관계를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겨냥해 안보와 첨단기술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방침을 담는다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양국은 무기 공동 개발·생산과, 미군-일본 자위대 간 지휘통제 연계 등에서도 협력하기로 합의할 전망이다.
또 미국·일본·호주 3국이 차세대 전투기와 함께 움직이며 경계 감시와 공격 등을 수행하는 무인기의 기술 협력도 추진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미일은 우주와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제 안보, 탈탄소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하는 공식 만찬에 참석한다.
기시다 총리는 11일에는 일본 총리로서 2015년 4월 당시 아베 총리 이후 9년 만에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다.
기시다 총리는 “국제사회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은 가운데 미래에 확실히 시선을 둔 연설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 연설에서 일본이 국제 질서 유지 책임을 미국과 함께 맡는 자세를 강조할 예정이지만, 과거사 및 전쟁에 대한 반성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지지통신이 최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같은 날 오후 바이든 대통령 및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함께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를 한다.
3국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강압 행위 고조에 맞서 3국이 남중국해에서 합동 해군 순찰을 실시하는 계획 등 일련의 합의 사항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기시다 총리 방미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망 강화와 일본의 ‘보통국가화'(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의 전환)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본과의 무기 공동 개발·생산, 미군-일본 자위대간의 지휘 통제 연계 강화 등을 통해 일본에게 대중국 견제 첨병으로서의 더 큰 역할을 부여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한미일 협력에 이은 또 하나의 소다자 안보 협의 틀을 형성함으로써 ‘격자식’ 대중국 견제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게 된다.
일본은 중국 견제와 북한발 위협 대응을 위해 미국과의 안보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평화헌법의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체제에서 벗어나 필요시 전쟁에 나설 수 있는 ‘보통국가화’ 행보에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 전망이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방미 전 CNN 인터뷰에서 “일본의 억지력과 (군사적)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은 미일동맹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12일에는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방문해 도요타자동차가 전기차 등에 탑재하는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예정지 등을 시찰하고 14일 일본으로 귀국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