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진행 늦추는 두 가지 새로운 약물
▶‘레켐비’ ‘키순라’ 효과 입증… FDA 승인

▶ 아직 연 2~3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 관건
▶치매 늦추는 다섯가지 생활습관 실천 중요

펜실베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전기공사 업체를 운영하는 데니스 카가 초기 알츠하이머 병 진단을 받았을 때, 그는 2023년에 이 질환으로 사망한 형을 바로 떠올렸다. 그는 형의 오랜 쇠약 과정을 떠올리며“누구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가 점점 쇠약해져 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들에게 질병의 진행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된‘레켐비(Leqembi)’라는 새로운 치료약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이것이 완치법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가족과 함께하고 일을 계속하며 과학자들이 더 많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고 싶어한다. 그는“이것이 더 나은 무언가로 가는 첫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하고 있는 카의 경험은 기억을 빼앗는 이 질환이 미국 내 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사망 원인 7위에 해당하는 이 병에 대한 대처법이 변해 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가 시도 중인 치료를 포함한 두 가지 새로운 치료법은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의 독성 덩어리를 표적으로 삼으며,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최초의 치료법이다. 혈액 검사는 질병 진단 방식을 혁신할 가능성이 있다. 식단 및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요인은 인지 저하 위험을 줄이는 데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재단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과학 책임자인 하워드 필릿 박사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진전은 전례가 없을 정도”라며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말했다.

■두 가지 새로운 약물,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다

예전에는 의사들이 알츠하이머를 ‘진단 후 작별인사’로 표현하곤 했다고 UC 샌프란시스코의 신경과학자 애덤 박서 박사는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제 우리는 터널 끝의 빛을 볼 수 있다”며 “이것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3년 1월 이후,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개발한 ‘레켐비’와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만든 ‘키순라(Kisunla)’라는 두 가지 새로운 약물 치료법이 연방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약물들은 정맥 주사로 투여되며, 몸 속 특정 표적에 결합하도록 설계된 인공 단백질인 단일클론 항체이다. 이 경우 약물은 뇌 속 아밀로이드 덩어리를 줄인다. 임상 시험에서 이 약물들은 인지 저하 속도를 몇 개월 동안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 이 치료법은 논란이 있으며, 처방은 아직 활발하지 않다. 일부 의사들은 뇌출혈과 같은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약물이 제공하는 이점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비용도 매우 비싸다. 레켐비의 연간 정가는 26,500달러, 키순라는 32,000달러다. 현재로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레켐비를 사용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 주요 시험은 18개월 동안 진행되었지만, 일부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키순라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에서 제거된 것이 확인된 후 중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약물들은 질병 초기 단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인디애나주 카멜에 거주하는 올해 79세의 팻 비샤라는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임상 시험의 일환으로 키순라를 복용했으며,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7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비샤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여전히 게임을 하고 11명의 손주들과 샤핑을 갈 수 있으며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녀는 “7년 전에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며 “확실히 진행 속도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백신 나오나

최근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 병의 완치법을 찾아내는 데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한 가지 점에 동의한다. 알츠하이머에 대한 더 나은 치료법을 얻기 위해 연구자들은 아밀로이드를 넘어서서 암과 HIV 치료에서처럼 약물 조합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니스 카의 담당의사인 애빙턴 신경학협회의 데이빗 와이즈먼 신경과 전문의는 “알츠하이머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하는 질병”이라며 “각 개별 치료법이 경과를 조금씩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UC 샌프란시스코의 박서 박사는 아밀로이드와 인지 저하와 특히 밀접하게 연관된 해로운 타우 단백질을 동시에 표적으로 삼을 치료 조합을 테스트하기 위한 대규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 회사들이 알츠하이머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다른 연구자들은 체중 감소 약물의 활성 성분을 테스트하고 뇌 염증 및 혈관 문제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웨익포레스트 대학교 의과대학의 노인학 및 노인의학 부교수인 미란다 오어 박사는 ‘좀비 세포’, 즉 노화 세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세포는 기능을 멈췄지만 완전히 죽지는 않아 다른 세포에 손상을 일으킨다. 오어 박사는 백혈병 치료제와 또 다른 치료법을 사용하여 좀비 세포를 제거하는 것이 질병을 억제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기를 바라며 시험 중인 또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 즉, 새로운 항아밀로이드 치료법이 초기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늦춘다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를 제공할 경우 기억력 상실과 기타 문제를 완전히 예방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AHEAD라는 대규모 국제 시험은 레켐비를 고위험 무증상 성인에게 투여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특별한 테스트로 증명된 뇌의 아밀로이드 수치가 높은 사람들이다. 항아밀로이드 치료가 기억력 상실을 예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키순라 역시 유사한 시험을 진행 중이다.

■혈액 검사로 진단 곧 가능

수십 년 동안 알츠하이머의 확실한 진단은 사망 후에만 가능했으며, 뇌 부검을 통해 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축적을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아밀로이드 PET라고 불리는 뇌 스캔과 뇌척수액 샘플 같은 훌륭한한륭훌 도구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방법들은 아직까지는 비용이 많이 들고 까다로워 대부분의 알츠하이머 사례를 진단하는 1차 진료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 의사는 대개 인지 테스트와 CT 스캔과 같은 표준 평가 방법에 의존한다. 하지만 만짐?오진율은 높은 편이다.

이제 새로운 혈액 검사가 질병 진단을 더 간단하고 저렴하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여러 회사와 학술 기관에서 개발한 이 검사들은 현재 시험 단계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임상으으로의 도입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의학 저널 JAMA에 올해 7월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프레시비티AD2(PrecivityAD2)’라는 혈액 검사는 기억력 상실이 알츠하이머에 의해 발생했는지 91%의 정확도로 판별할 수 있었다. 이는 1차 진료 의사의 61% 정확도와 전문가들의 표준 평가 도구 사용시 73% 정확도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이다. 이 검사는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C2N 다이애그노스틱스(C2N Diagnostics)가 개발했으며, 혈액 속 단백질을 감지해 뇌의 독성 플라크 가능성을 나타낸다.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

치료법이 중요한 만큼, 알츠하이머 연구자들에게는 질병 예방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한 확실한 방법은 없지만, 뇌의 변화는 증상이 나타나기 몇 년 전부터 시작되므로 뇌 건강을 개선하고 인지 저하를 예방할 가능성은 이론적으로는 존재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점점 더 많은 연구들이 질병의 위험을 줄이거나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는 생활습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FINGER라는 핀란드의 획기적인 연구는 다섯가지 생활습관이 특히 유익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채소, 통곡물, 콩류, 생선이 풍부한 식단 ▲신체 활동 ▲정신적 자극 ▲사회 활동 ▲혈압과 콜레스테롤과 같은 심장 위험 요인의 관리다. 2015년의 이 시험의 업데이트된 버전에서는 구형 당뇨병 약물인 메트포르민을 추가하여 결과가 더욱 강력해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당뇨병은 알츠하이머의 알려진 위험 요인이다.

그 외에도 여러 연구에 따르면, 청각 및 시력 손실 교정, 충분한 수면, 금연, 과음 피하기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랜싯 치매위원회는 이러한 고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언급하며, 전 세계 치매 사례의 약 45%가 “잠재적으로 예방 가능하다”고 밝혔다.

팻 비샤라에게는 알츠하이머 증상의 진전은 이야기거리다. 그녀는 한때 이 질병을 인정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이제는 다른 기억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녀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수치스러워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미주 한국일보 By Laurie McGinley>

0
0
Share: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