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매거진 동네책방-알라딘서점 오늘도 나는 책을 읽는다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여성이 123년 역사의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이어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한강 작가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9살 때 상경했다. 아버지가 유명 소설가 한승원(85)이다.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1993년 시로 등단했고, 이듬해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거듭 등단했다. 2005년 당시 첫 70년대생으로 수상한 이상문학상(단편 ‘몽고반점’)에 이어,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받으며 국내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 지는 오래다.

작가는 2016년 5월 <채식주의자>(2007)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본격 호명되기 시작했다. 제주 4·3을 소재로 한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 올 3월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받았다. 메디치상 심사위원단은 당시 한강 작가를 두고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여겨진다”며 “작가의 책이 출판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하나의 사건이 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작품들을 읽으려는 독자들이 몰리면서 한강의 책들은 엿새 만에 누적 기준으로 100만부 넘게 팔렸다. 10월 16일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에 따르면 한강의 책은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종이책만 103만2천부가 판매됐다. 온라인 기준으로 이들 3사의 시장점유율은 90% 가까이 된다. 전자책은 최소 7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치면 110만부가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 작가를 수상자로 호명하며 언급한 주요 작품은 7종이다. 한림원의 평가와 함께 작품을 개관해 본다.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은이) | 창비 | 2014-05-19

한림원은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통해 ‘증언 문학’이라는 장르에 접근한다”며 “신원 미상의 주검, 묻힐 수 없는 주검을 보며 ‘안티고네’의 기본 모티브를 떠올리게 된다”고 소개한다. 2018년 영어·독어 번역본이 각기 국제 더블린 문학상, 독일 리베라투르상 후보에 올랐다. CNN은 “한강의 첫 독자는 ‘소년이 온다’부터 읽어야 한다.”고 소개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강 작가는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어느덧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여전히 5.18의 트라우마를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무한다.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는 작가 스스로의 고백처럼 이 소설은 소설가 한강의 지금까지의 작품세계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신형철 평론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채식주의자
한강 (지은이) | 창비 | 2007-10-30

한림원은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라며 “주인공이 섭식의 규범에 복종하기를 거부할 때 벌어지는 폭력적 결과를 묘사한다”고 소개한다. 2016년 영어 번역 작품(데보라 스미스 옮김)이 영국 맨부커상 국제 부문,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았다.
70년대생 작가의 선두주자였던 소설가 한강이 표제작인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집이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한 수작이다. 나직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채식주의자>는 지금까지 소설가 한강이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은이) | 문학동네 | 2021-09-09

“응축된 듯 정확한 이미지로 현재에 대한 과거의 힘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집단적 망각 상태를 드러내고 트라우마를 공동 예술 프로젝트로 전환하려는 친구들의 끈질긴 시도를 추적”한다고 소개한다. 2023년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2024년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받았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그뒤 일 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눈’ 연작(2015, 2017) 등 근작들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투와 존엄을 그려온 한강 문학이 다다른 눈부신 현재를 또렷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한강이 쓴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벌어진 일에 관한 이야기, 혹은 우리를 살게하는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강 (지은이) | 문학동네 | 2018-04-25

한림원은 (화자 자아의 언니였을 수도 있는) “태어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인물에게 헌정하는 서정시”라며 “작가의 시적 스타일이 다시 한번 두드러진다”고 평가한다. 작가는 ‘흰’에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고 제목 배경을 썼다. 2018년 영역본이 부커상 국제 부문 후보에 올랐다.
2018년 봄, 한강 작가는 소설 <흰>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 년 전 오월에 세상에 나와 빛의 겹겹 오라기로 둘러싸인 적 있던 그 <흰>에 새 옷을 입히게 된 건 소설 발간에 즈음해 행했던 작가의 퍼포먼스가 글과 함께 배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작가의 고요하고 느린 퍼포먼스들은 최진혁 작가가 제작한 영상 속에서 그녀의 언니-아기를 위한 행위들을 ‘언어 없는 언어’로 보여준다.
그리하여 다시 만나게 된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은 수를 놓듯 땀을 세어가며 지은 책, 그런 땀방울로 얼룩진 책이다. 이참이 아니라면 ‘흰’이라는 한 글자에 매달려 그가 파생시킨 세상 모든 ‘흰 것’들의 안팎을 헤집어볼 수가 있었을까. 한강이 백지 위에 힘껏 눌러 쓴 소설 <흰>. 그 밖의 모든 흰 것을 말하는 소설 <흰>. <흰>은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희랍어 시간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은이) | 문학동네 | 2011-11-10

2017년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선다. “일련의 충격적인 경험으로 발화의 힘을 잃은 한 젊은 여성이 시력을 잃어가는 고대 그리스어 선생님과 만나게 된다”며 “상실과 친밀감, 궁극의 언어 조건에 대한 수려한 명상”이라고 소개한다.
이것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다만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기척이 만나는 이야기이다. 가족들을 독일에 두고 십수 년 만에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희랍어를 가르치는 남자. 남자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볼 수 없다던 마흔이 가까워오지만 아마 일이 년쯤은 더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아카데미의 수강생 중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는 여자를 주의 깊게 지켜보지만 여자의 단단한 침묵과 마주하자 두려움을 느낀다. 희랍어 강사와 여자는 서로의 앞에 침묵을 놓고 더듬더듬 대화한다.
소설 <희랍어 시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떤 기미를 발견하고 흔적을 더듬는 일이다. 그리고 희미하게 떠오르는 그 기미와 흔적들은 어두운 암실, 정착액 속의 사진이 점점 선명하게 상을 만들어내듯 어느 순간 고대문자처럼 오래고 단단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의 시간과,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현재진행형의 시간까지를 포함한다.

한강 : 회복하는 인간 Convalescence –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24
한강 (지은이), 전승희 (옮긴이), K. E. 더핀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06-15

2013년 애초 한글과 영어 두 언어로 출간된 소설이다. 발목 화상을 방치해 치유 불가가 된 여성이 주인공. 한림원은 “치유 불가, 주인공과 죽은 여동생 사이 고통스러운 관계를 다룬다”며 “진정한 회복은 일어나지 않으며, 고통은 지나가는 고통으로 환원되지 않는 근본적 실존 경험으로 나타난다”고 소개한다.
<회복하는 인간>은 발목에 입은 화상을 방치해 거의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어 병원을 찾아온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회복하는 인간>이 유독 아픈 소설로 느껴지는 이유를 언니 삶의 불행과 남겨진 동생의 슬픔 때문이라고만 말한다면 충분하지 않다. 언니와 동생의 어떤 ‘관계’ 때문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동생은 ‘온 힘을 다해’ 언니를 사랑했고 언니는 그것을 알면서도 동생을 외면했다. 말도 섞으려 하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아픔의 기원보다는 아픔의 상황 자체에, 관계 불능의 원인이나 해결보다는 어긋남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아픈 발목에 놓은 ‘직접구’라는 뜨거운 뜸이 발목의 고통을 잊게 해줄 대증요법이 되지 못하고 더 큰 상처를 만들어 놓았듯,<회복하는 인간>은 무엇으로도 잊힐 수 없고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인간 삶의 근원적 아픔을 그린다.

그대의 차가운 손
한강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02-01-18

2002년 장편소설이다. 인체를 석고로 떠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가 화자다. 한림원은 “예술에 대한 한강의 관심이 뚜렷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인체 해부학에 대한 집착과 페르소나와 경험 사이의 유희, 조각가의 작업에서 신체가 드러내는 것과 감추는 것 사이의 갈등이 발생한다”고 소개한다.
‘라이프캐스팅'(인체를 직접 석고로 떠서 작품을 만드는 것) 기법으로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 장운형 이야기와 우연한 기회에 그를 알게된 ‘나’의 이야기가 매듭처럼 꽉 짜여진 소설. 장운형 이야기에 등장하는 두 여주인공의 삶이 라이프캐스팅 작품과 어우러지며 기묘하고 낯선 느낌을 자아낸다. <그대의 차가운 손>은 액자소설이다. 안쪽 이야기는 장운형이 어떻게 두 여주인공을 만나게 되는지, 그들의 삶의 비밀과 슬픔은 무엇인지를 벗겨내는 데 온전히 할애된다. 바깥쪽 이야기는 앞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나’와 장운형의 이야기를 추적한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작가는 이야기 안과 밖의 인물을 기름종이로 베껴내듯 촘촘히 복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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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 송명국

도서문의 (213) 38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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