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최소 12대, 작년 말 밤마다 랭글리 출몰”
‘격추 금지’ 법 때문에 대응 제한… 펜타곤 ‘당혹’
중국 의심 정황에도 ‘랭글리 드론 배후’는 불명

지난해 12월 미국 군사 기지 여러 곳의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드론) 부대’가 밤마다 나타나 미 정부가 고심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결국 드론이 사라질 때까지 특별한 대처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인근에서 군사 시설을 드론으로 정탐하던 중국인 대학생이 체포돼 ‘중국 연계 의심’이 일었으나, 정확한 배후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매일 밤 나타난 ‘드론 부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 당국자와 이 사안 관련 소식통 20여 명, 경찰 기록 등을 종합해 “미스터리 드론이 17일 동안 미군 기지를 휘젓고 다녔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문의 드론은 최소 12대였다고 한다.

WSJ에 따르면 문제의 ‘드론 부대’가 맨 처음 목격된 건 지난해 12월 6일, 버지니아주(州) 랭글리였다. 랭글리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본보를 비롯, 미 국가안보 시설이 밀집된 지역 중 하나다. 드론은 일몰 무렵 북쪽에서 나타나 4~5시간가량 이 지역을 비행한 뒤 남쪽으로 사라졌다. 마크 켈리 당시 미 공군 대장은 “몸체 약 6m 드론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 약 0.9~1.2㎞ 상공에서 비행했고, 다른 드론들이 뒤를 따랐다”고 전했다. 드론 부대는 같은 달 23일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켈리 전 대장은 “미 국방부(펜타곤)가 이 일로 난감해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보고를 받았고, 백악관은 2주간 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고민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법이 자국민 피해 우려로 군사 기지 인근에서의 드론 격추를 금지하는 탓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해안경비대가 하늘로 그물을 쏘아 올려 드론을 잡는 방안도 제시됐으나, 경비대에는 무기 사용 권한이 없을 뿐 아니라 드론에 가까이 접근하기도 어려웠다고 WSJ는 전했다.

대신 미 해군·해안경비대 함선이 드론 감시에 착수했지만 이 역시 큰 효용은 없었다. 드론은 군용 항공기보다 훨씬 작아 새를 무시하도록 설정된 레이더 시스템에도 종종 감지되지 않는다.

중국의 스파이 작전?… 누가, 왜 날렸나

최대 의문은 드론의 배후, 그리고 목적이었다. 군사 마니아가 취미로 날렸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드론 부대는 1, 2개의 고정익(fixed-wing) 드론·여러 대의 작은 쿼드콥터로 구성됐는데, 이들 각각은 다른 고도로 천천히 비행하는 등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 개인이 쓰기엔 복잡한 방식이다. 쿼드콥터는 상용 드론의 일반적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개인이 취미로 날린 드론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WSJ는 짚었다.

중국을 의심할 만한 단서가 포착되긴 했다. 올해 1월 6일 미 방위산업체 헌팅턴잉글스인더스트리(HII) 운영 조선소가 위치한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에서 땅에 떨어진 드론이 발견됐다. 드론의 SD카드에선 드라이 독(선박의 건조·수리가 이루어지는 부두) 내 건조 중인 해군 함선의 사진 여러 장도 담겨 있었다. 드론 주인은 ‘쉬펑원’이라는 이름의 중국 국적 미네소타대 학생이었다.

쉬펑원은 같은 달 18일 편도 항공권으로 중국행 비행기를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선박에 관심이 많고, 제한된 영공을 침범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는 기밀 해군 시설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됐는데, WSJ는 “드론 관련 사건에 미국 간첩법 조항을 적용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의문은 여전하다. 쉬펑원과 중국 정부의 연결고리는 불분명하고, ‘랭글리 드론’을 조종한 사람이나 목적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게다가 이달 로스앤젤레스 북쪽 에드워즈 공군 기지 인근에서도 정체불명 드론 무리가 또다시 발견됐다고 WSJ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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