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바이든 특사 동향 보도…정치 분열 속 2년째 공석

영향력 막강 헤즈볼라, 그간 지지세력 외 친서방 후보 선출 막아

미국 백악관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도부와 기반에 이스라엘이 입한 대규모 타격을 향후 며칠 내 새 레바논 대통령 선출을 추진하는 데 이용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두 명의 미국 당국자는 백악관이 레바논의 현 상황을 2년째 공석인 레바논 대통령 선출을 둘러싼 교착상태를 타개할 기회로 보고 있으며, 이것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보다도 앞서는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헤즈볼라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펴며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수뇌부를 잇따라 살해했고 1일에는 레바논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레바논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약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이 레바논 정치 시스템에서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크게 줄이고 헤즈볼라의 동맹 세력이 아닌 인물을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할 기회라고 본다는 것이다.

최근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아모스 호치스타인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지난 6월 미국이 내놓은 레바논 외교 해법 계획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호치스타인 고문은 그 제안은 더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미국 당국자들은 전했다.

호치스타인 고문은 이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 격화로 지난 2주간 현지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면서 대신 새 대통령 선출이 우선 사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카티 총리는 지난 3일 레바논인 다수를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대통령을 되도록 조속히 선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2022년 10월 말 헤즈볼라와 가까운 관계였던 미셸 아운 대통령이 6년간의 공식 임기를 마친 이래 2년째 새 대통령을 뽑지 못하고 있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을 치른 레바논은 내전 종료 후 세력 균형을 위한 합의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독특한 권력분점 체제를 유지해왔다.

대통령 선출은 의원 투표로 결정된다. 그동안 레바논 의회는 후임 대통령을 뽑기 위해 여러 차례 회기를 열었지만, 정치적 분열 속에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나스랄라는 사망 전까지 동맹 세력인 술레이만 프란지에가 아닌 사람을 선출하려는 어떤 노력도 막았다.

미국과 프랑스가 지지하는 조셉 아운 레바논 육군참모총장도 그 가운데 한명이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정부 구성 등 업무를 주도하는 대통령의 공석이 길어지고 권한이 없는 임시 정부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레바논 정부는 사실상 붕괴 직전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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