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외교전에도 확전 몰린 중동…휴전 낙관한 미국 체면 구겼다

U.S. President Joe Biden gestures as he delivers remarks on climate at the Bloomberg Global Business Forum, on the sidelines of the 79th session of the United National General Assembly (UNGA) in New York City, U.S., September 24, 2024. REUTERS/Elizabeth Frantz

사흘 걸려 마련한 휴전안 무용지물…유엔 무대 성과 못 거둬

“미국, 네타냐후가 휴전안 받을 거라 성급히 판단…’뒤통수’에 분노”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국제사회가 중동 확전을 막기 위해 지난주 유엔 총회 무대에서 벌인 숨 가쁜 외교전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모양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가 만들어 제시한 ‘3주 휴전안’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퇴짜’를 놓으면서 휴전을 낙관했던 미국은 체면을 크게 구겼다.

이스라엘이 휴전안을 수락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미 당국자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 내 극우 여론을 의식해 자신들의 뒤통수를 쳤다고 생각해 분노하며 이스라엘 측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중동 위기가 고조된 지난 24일(현지시간) 개막한 유엔총회는 확전을 막기 위해 급박하게 돌아가는 외교의 장이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을 비롯해 유럽과 아랍 등 각국의 외무 장관을 만나 확전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며, 백악관 중동 담당 특사들도 나서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당국자들을 만나며 분주히 움직였다.

이러한 노력은 25일 미국과 프랑스가 양측이 3주간 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휴전안을 발표하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는 듯 보였다.

AP 통신은 해당 휴전안이 미국과 프랑스 측의 사흘에 걸친 강도 높은 토의 끝에 마련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튿날 곧바로 헤즈볼라와 휴전 가능성을 일축하며 국제사회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미국과 프랑스의 휴전 제안에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면서 전력을 다해 헤즈볼라를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전쟁 목표로 내세운 이스라엘 북부 피란민의 귀환을 달성할 때까지 “온 힘을 다해” 헤즈볼라를 공격할 것이라면서 전쟁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유엔 총회 연설과 거의 동시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헤즈볼라 본부를 노린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이번 공격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생사 여부도 불명해진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이튿날인 28일 새벽에도 레바논 남부에 헤즈볼라 무기고를 노린 추가 공습에 나서며 양측의 전면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 무대에서 쏟아진 확전 자제의 목소리가 무색하게 중동 상황이 줄곧 악화일로를 걷자 현재 상황에 대한 미국 영향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로 활동한 리처드 골드버그는 AP에 “미국이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간청한 바로 그날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지휘 본부를 공격했다”면서 “이는 현 상황에서의 미국의 취약함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프랑스가 휴전안의 내용이 제대로 갖춰지기도 전에 성급하게 이를 발표했다는 지적도 있다.

휴전안 논의에 대해 잘 아는 복수의 익명 소식통들은 AP에 프랑스가 갑작스럽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뒤 이 회의에서 휴전안에 대해 밝혀 미국 측이 당황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도 일부 당국자들이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한 상태에서 휴전안을 공개하도록 내몰렸다고 전했다.

당시 대외적으로 미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안을 수락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드러냈는데, 일부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에 반대하며 주의를 촉구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 당국자들이 휴전을 낙관한 배경에는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 중 하나인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의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CNN 보도에 따르면 ‘3주 휴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더머 장관은 미 당국자들에게 네타냐후 총리도 해당 휴전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했으며, 더머 장관 자신도 휴전안 내용을 직접 보고 이를 수긍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에 휴전안 발표 이후 외신들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수 시간 내에 휴전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요구를 일축하면서 미국이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됐다.

그러자 일부 미 고위 당국자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극우 연정 구성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이같이 반응한 것이라고 생각해 격분했으며, 이스라엘 측 카운터파트들에게 몰려가 답을 요구했다고 CNN은 전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26일 더머 전략부 장관을 만나 이스라엘 측에 이번 일에 대해 설명하는 공식 성명을 낼 것을 요구했다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이에 이스라엘 총리실 측은 휴전안에 대해 앞으로 더 논의할 것이며 휴전을 위한 미국 측의 노력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추가 성명을 냈지만, 3주 휴전안에 대한 명확한 수락 혹은 거절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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