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쌓여 시신 부패 냄새도 새지 않아·피해자 실종신고도 지연

원룸 누수공사 중 발견…시신 은닉 공소시효 만료, 마약 등 여죄 수사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멘트를 부어 시신을 은닉해 구속된 남성 A(58)씨의 끔찍한 범행이 16년 만에 세상에 알려진 가운데 그동안 이 사건이 베일에 싸였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A씨가 2008년 10월 10일 사건 발생 당시 동거하던 여자친구 30대 B씨를 살해해 시신을 은닉한 곳은 거주지였던 거제시 한 4층짜리 원룸 옥탑방 야외 베란다였다.

A씨는 이 야외 베란다에 B씨 시신을 넣은 여행용 천 소재 가방 주변에 벽돌을 쌓은 뒤 시멘트를 부어 약 가로 39㎝, 세로 70㎝, 높이 29㎝ 크기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었다.

협소한 야외 베란다 사각지대에 있는 크지 않은 구조물은 굳이 창문을 넘어가지 않는다면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더욱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10㎝가량으로 두껍고 견고한 탓에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도 새어 나가지 않아 다른 원룸 세입자들과 원룸 건물주도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원룸 옥탑방이 오랫동안 빈집 형태로 방치돼 시신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 옥탑방은 A씨가 범행 이후에도 8년 동안 거주하다가 2016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이후 빈집으로 방치됐다.

A씨는 구속된 이듬해 출소한 이후에는 양산에서 쭉 거주하면서 거제 옥탑방을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고 살해 은닉된 B씨 행방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원룸 건물주는 A씨와 연락이 계속 닿지 않자 결국 2020년 명도 소송을 통해 이 옥탑방을 다시 점유하게 됐으나, 세를 주지 않고 의류 보관 용도나 손님 사랑방 등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B씨에 대한 실종 신고도 사건이 발생한 지 한참 지난 시점에 접수돼 A씨의 범행 파악과 B씨 시신 발견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평소 B씨는 가족과 자주 교류하지 않고 지내왔던 터라 사건 발생 3년이 지난 2011년에서야 가족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당시 A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했으나, A씨는 B씨 행방을 모른다고 부인했고 옥탑방에서 B씨가 생활했던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B씨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어려운 상황 등 여러 이유로 이 실종 사건은 그렇게 미제로 남았다.

하지만 계속 미제로 남을 뻔했던 B씨 실종 사건은 사건 발생 약 16년이 흐른 지난달 원룸 건물 누수공사를 위해 작업자가 콘크리트 구조물 파쇄 작업을 하던 중 실마리가 잡혔다.

당시 부서진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B씨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이 발견되면서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벌여오다 지난 19일 양산에서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동거녀인 B씨와 다투다 둔기로 B씨 머리와 얼굴을 폭행해 살해한 혐의(살인)로 A씨를 구속했으나, 시신 은닉 혐의는 7년인 공소시효가 만료돼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최근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도 확인했다”며 “정확한 범행 경위와 여죄 등을 수사한 뒤 A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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