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밤(이하 현지시간) 미국 대선 후보들의 첫 TV 토론이 끝난 직후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측 선거캠프에서는 6초짜리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 성과를 조롱한 이 영상의 주인공인 중년 여성은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보다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분명히 그렇지 않았다”고 한탄하면서 “집에 가고 싶다”고 독백한다.
조회수 700만회 이상을 기록한 이 영상을 제작한 것은 해리스 측 선거캠프의 틱톡팀이다.
이 팀은 모두 25세 이하 젊은이 5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이곳이 첫 직장이다.
이들은 지난 8주간 소셜미디어의 독특한 리듬을 활용해 현대 정치에서 가장 독창적인 전략으로 해리스 선거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트럼프를 괴롭히기도 하고, 과자봉지 등 간단한 소품을 활용해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을 만들기도 한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서는 엑스(X) 계정 하나에 직원 12명이 매달렸고, 게시물을 만들 때 초안도 10개가 필요했다.
하지만 해리스의 틱톡 팀은 대부분의 영상 게시물을 30분 만에 뚝딱 만들어낸다.
트럼프 후보 측에서도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운동에 공을 들였지만, 해리스를 공격하거나 경제 위기, 위태로운 미국의 미래 등 무거운 메시지를 어두운 방식으로 전달해왔다.
반면 해리스 소셜미디어 팀은 더 유쾌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때론 냉소적이거나 기이한 콘텐츠로 사람들의 입소문을 유도하기도 한다.
첫 TV 토론에서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를 겨냥해 지루한 유세 때문에 지지자들이 유세장을 일찍 떠난다고 말하자, 틱톡 팀은 “맙소사, 그녀가 그(트럼프)를 요리했어”라는 캡션과 함께 주방에서 미소 짓는 해리스의 사진을 올렸다.
온라인 문화 관련 뉴스레터인 ‘링크 인 바이오’ 저자인 소셜미디어 컨설턴트 레이철 카튼은 “그들은 계정은 정말 팬 계정처럼 운영한다. 선거운동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리스 후보가 전통적인 정치 언론의 어려운 질문과 불확실성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줬고, 소셜 미디어를 뉴스 소스로 활용하는 수백만 명의 유권자에게 다가가도록 도왔다.
해리스가 민주당 후보 자격으로 첫 번째 TV 인터뷰를 했을 때 이미 그는 수십 개의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적 권리로 보호했던 판결)에 대해 독백을 하고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전화 통화하기도 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적잖은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데이터 측정 회사인 젤프 분석에 따르면 해리스측 게시물의 틱톡 조회수는 트럼프 캠프 측보다 1억뷰 이상 많다.
250명으로 구성된 해리스 온라인 선거운동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틱톡 팀은 후보의 모든 계정을 운영하는가 하면, 실시간으로 시선을 끌 만한 트렌드를 찾아내면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선거 캠프인 부 매니저인 롭 플라허티는 이들을 “야생의 25세 무리”라고 묘사하면서, 이들이 제작한 콘텐츠 승인 절차는 최소화되어 있으며, 이의가 없으면 게시된다고 설명했다.
틱톡팀의 콘텐츠 책임자인 파커 버틀러(24)는 “우리의 선거 운동은 젊은이들이 젊은이들에게 말할 수 있는 힘을 준다”며 “우리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모든 주요 행사 일정을 공유하고 교대로 모니터링하며 우리가 지켜보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눈길을 끄는 순간이 생기면 우리 팀은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서두르며 때로는 자정을 넘겨 교대근무도 한다”며 “선거운동은 이제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