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율 13% 이상으로 올리고…저소득층 가입 기간 늘려야”

우리나라 국민연금에는 ‘A값’이라고 불리는 재분배 장치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다. 연금 수령액을 정할 때 ‘수급자의 연평균 소득’과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 평균 소득(A값)’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전체 가입자보다 소득이 높은 수급자의 연금은 낮추고 전체 가입자보다 소득이 낮은 수급자의 연금은 높이는 자동 조절 장치다.

이 같은 장치에도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의 분석을 보면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급여 증가 폭은 4배 가까이 벌어졌다. A값의 수급액 조절 효과보다 가입자들 간 가입 여건 격차가 더 컸기 때문이다. 소득 분위에 따라 연평균 소득은 물론 가입 기간까지 차이가 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소득별 연금 가입 기간 차이를 고려하면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보다 저소득층의 가입 기간을 보전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19일 김 교수가 2019년 기준 국민연금 의무 가입 기간(만 59세) 만료를 앞둔 만 55세에서 만 59세 사이의 가입자를 분석한 결과 소득 1분위(하위 0~20%) 가입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10.2년에 불과했다. 연금을 수령하기 위한 최소 가입 기간(10년)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반면 5분위(소득 하위 80~100%)의 평균 가입 기간은 19.5년으로 1분위의 2배에 육박했다.

이 같은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우리나라 연금제도가 아직 성숙기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고령층이 청장년이던 시기에는 연금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임금근로자로 일하던 고소득층이 빠르게 연금제도에 포섭됐다. 결과적으로 고소득층이 가입 기간도 더 길어지게 된 셈이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소위 말하는 정규직 월급쟁이던 분들은 오래 가입한 반면 비정규직이거나 자영업자였던 분들의 가입 기간은 짧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만 55~59세의 연금 평균 가입 기간을 성별로 분석해보면 임금근로자로 일하며 정년퇴직한 비율이 높은 남성은 18.8년인 데 비해 여성은 8.9년에 그쳤다. 종사자 지위별로 보면 상용직의 평균 가입 기간은 17.7년인 데 비해 임시·일용직은 11.3년이었다.

이런 격차는 연금 수급액 차이로 직결된다. 가입 기간에 따라 소득대체율이 두 배까지 차이 나기 때문이다.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을 채우면 소득대체율 20%가 보장된다. 이후 가입 기간이 1년 늘 때마다 소득대체율이 1%포인트씩 늘어난다. 가입 기간이 30년이 되면 소득대체율 40%를 달성할 수 있다. 저소득층은 평균 가입 기간이 짧기 때문에 명목 소득대체율(2028년 기준 40%)을 올려도 소득 개선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 개시 연령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은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하되 취약 계층의 가입 기반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 고령층의 국민연금 가입 기반이 약해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으로는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정이 넉넉하다면 소득대체율을 올려서 나쁠 것이 없지만 제약이 있는 상황 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연금 수급 연령이 된 고령층은 기초연금과 같은 공적 장치로 소득을 보전하고 앞으로 연금을 수급할 세대들은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연금 가입 상한 연령이 만 59세에 머물러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청년 세대들도 첫 취업이 늦어지는 경우 가입 기간 30년을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다. 김 교수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만 65세라면 만 64세까지는 보험료를 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낮은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은 평균 가입 기간을 끌어내리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외에도 △만 18세 국민연금 자동 가입 △출산, 군 복무 크레딧 대폭 확대 △기초연금 개선 등을 소득 보장 강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석 교수는 연금의 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재정 안정은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석 교수는 “현행 보험료(9%)는 균형 보험료 수준(19.8%)의 절반에 불과해 어떤 개혁 조치를 해도 장기 재정 전망에 부담이 된다”며 “21대 국회 공론화 과정에서 합의한 수준(13%)이나 그 이상으로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 역시 “연금 개혁 논의에서 보험료 인상은 필수 요건”이라며 “지난해 연금 개혁 민간자문위원회에서도 소득 보장론이든 재정 안정론이든 보험료를 상당 수준 올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속보]관세 충격에 코스피 장중 5%대 폭락…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발동

환율 도로 1,470원대…환율 30원 넘게 급등 미국의 관세 정책 강행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7일 코스피가 장 중 5% 넘게 폭락했다 ...

트럼프 관세 폭탄에 아시아 증시 ‘피바다’

트럼프의 무역전쟁 선포에 닛케이 8% 폭락...한국·호주도 줄줄이 추락 월요일 미국 증시도 큰폭의 하락 예고 아시아 증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

뉴섬 주지사, 바이든 행정부의 식량 지원 프로그램 중단에 강력 반발

캘리포니아 소규모 농가와 취약계층 피해 불가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미국 농무부(USDA)의 식량 지원 프로그램 중단 결정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

[속보] LA 패션 디스트릭 미니밴 사고로 9명 부상

LA 미니밴 사고: 9명 부상, 의도적 사고 가능성 낮아 로스앤젤레스 패션 지구에서 미니밴이 건물 파티오로 돌진해 9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

트럼프 “대중국 무역적자 해결 안되면 中과 협상 안해”

"중국, 무역적자 해결 없이는 협상 불가" 트럼프 대통령 강경 입장 고수 최대 54% 관세 부과 이어 중국과의 협상 중단 가능성 ...

이재명, 9일께 대표 사퇴 후 대권가도 직진할 듯…

경선 투표, 모바일·온라인 100%로 진행될듯…이달 중순부터는 '경선 모드' 전망 민주, 경선 선관위 이번주 출범…선관위원장에 '중립성향' 중진 내정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

텍사스 민주당 의원, 30일 내 트럼프 탄핵소추안 제출 선언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처럼..." 앨 그린 의원, 집회서 트럼프 탄핵 의지 천명 텍사스 민주당 하원의원 앨 그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

트럼프의 ‘3선의 꿈’, 법무장관도 “불가능” 선언

"20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했으면 좋겠지만..." 트럼프가 임명한 본디 법무장관마저 헌법의 벽 인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헌법에서 금지한 3선 도전 ...

미국 일부 주, 소득세 폐지 추진… “경제 성장 촉진할까, 불평등 심화할까”

미시시피·켄터키, 단계적 소득세 폐지 계획 발표... 코로나19 이후 세수 급증 배경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한 주가 임금과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폐지한 ...

미국, 남수단 비자 전면 취소…”자국민 송환 거부에 강경 대응”

루비오 국무장관 "더 이상 미국 이용 안돼"...내전 위기 속 양국 갈등 고조 미국이 남수단 정부의 자국민 송환 거부에 대응해 남수단 ...

‘나성에 가면’ 부른 세샘트리오 출신 홍신복 별세

무지개트리오로 TBC 세계가요제 입상…김수희 히트곡도 작곡 1970년대 히트곡 '나성에 가면'을 부른 세샘트리오 출신 가수 홍신복이 6일 별세했다. 향년 72세. 고인의 ...

2주 이상 입안 통증·염증은 구내염? 구강암도 의심하세요

2주 이상 입안 통증·염증은 구내염? 구강암도 의심하세요 치아보철물 의한 구강 점막 손상도 원인 구강암은 희소암인 데다, 초기 통증이 없거나 증상이 ...

미국, 홍역 확산에 아동 또 사망…보건장관, 입장 바꿔 “백신 필요”

백신 미접종 환자 97%…케네디 장관 책임론 커지자 한발 물러서 어린이병원 의사 "비타민A 등 잘못된 치료로 부작용 사례 다수" 미국에서 홍역 ...

‘마은혁 미임명’ 헌재 다시 6인체제 되나…기능마비 재현 우려

문형배·이미선 18일 퇴임…7월에나 ‘9인 체제’ 완성 전망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가 오는 19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다시 '6인 체제'로 돌아가 '기능 ...

미국 법무, 트럼프 ‘금지된 3선 방법 있다’ 주장에 “힘든 일”

“20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했으면 좋겠지만 이번 임기 마치면 아마 끝날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헌법에서 금지한 3선 도전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

“이러다 내년 선거 완패”…트럼프 상호관세에 공화당 우려 고조

"일부 저항 내지 작은 반대 신호"…'트럼프당' 공화당 미세 균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주식 시장이 폭락하고 인플레이션 ...

57분만 뛴 손흥민, 유로파리그 대비로 이른 교체…6점대 평점

후반 12분 교체될 때까지 57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전을 대비해 사우샘프턴(잉글랜드)전에서 일찍 교체된 손흥민(토트넘)이 현지 매체로부터 무난한 평가를 ...

‘이강인 결장’ PSG, 프랑스 리그1 ‘4연패+13번째 우승’

PSG, 앙제에 1-0 승리…23승 5무 ‘조기 우승 확정’ 이강인은 PSG 입단 이후 벌써 5번째 우승 트로피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이강인(24)이 ...

봉준호 ‘미키17’ 한달만에 극장서 내려… “손실 약 8천만달러 추정”

미국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에서 오는 7일 밤부터 스트리밍 시작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 17'이 극장 개봉 한 달 ...

강호동이 처분한 가로수길 건물..MC몽 설립 법인, 166억원에 매입

MC몽과 차가원 회장은 법인 주식회사 더뮤 명의로 지난해 11월 신사동 건물 매입 방송인 강호동이 지난해 166억원에 매각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

‘아들 공개’ 이병헌, 무슨 복?..이번엔 적나라한 ‘시누-올케’ 이지안·이민정 포착

미스코리아 출신 이지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가족사진 공개 배우 이병헌(54) 동생 이지안(47)이 오빠는 물론, '올케' 이민정(43)과 찍은 가족사진을 공개했다. 미스코리아 출신 ...

러트닉, “상호관세 부과 연기 없어…트럼프 발표는 농담 아냐”

9일 발효 前 '협상 통한 유예' 가능성 일축…"며칠·몇주 유지될 것" 펭귄섬도 관세 부과엔 "우회수출 구멍 차단…트럼프, 지긋지긋해 해" 하워드 러트닉 ...

산타아나에서 과속운전 충돌사고로 5 명 숨져

산타아나에서 과속운전차량 나무 들이받고 차체 두동강 탑승자 6 명중 5명 숨져 지난 토요일밤 오렌지 카운티 산타아나 지역에서 고속 운전자가 나무를 ...

스탠포드와 UC 유학생 수십명 비자 취소..입국 거부된후 추방도

스탠포드,UCLA,버클리,샌디에고,데이비스,어바인에서 유학생과 교수진 무더기 비자 취소 UC샌디에고 학생..국경에서 입국 거부된후 추방 지난 금요일 스탠포드와 UC 계열 캠퍼스에서 유학생들과 교수진이 무더기로 ...

AI 시대와 보호무역주의 속 옥스퍼드 출신도..

학벌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 옥스퍼드 석사도 거리에 내몰리다 트럼프 관세와 AI 혁명이 가져온 취업시장의 혹독한 현실 최근 명문대 졸업생들조차 ...

오늘 엘에이 시클라비아 행사, 한인타운과 할리우드 연결

오늘, 2025년 4월 6일, 로스앤젤레스에서 59번째 시클라비아(CicLAvia)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코리아타운과 할리우드 연결"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

[속보] 새벽, 헌팅턴 파크 상업용 건물 화재 발생

오늘 새벽 3시 6분경, 헌팅턴 파크 E Florence Ave와 Pacific Blvd 교차로에 위치한 상업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시민이 촬영한 ...

2026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 트럼프 누구를 지지하나?

2026년 상원선거 앞두고 친트럼프 강경파 도전자들과 맞서는 코닌, 당 분열 심화 텍사스 공화당이 2026년 상원 선거를 앞두고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습니다 ...

동부 카운티 화재 10건 중 1건은 노숙자 캠프에서 시작..

수백만 달러의 피해와 공공 안전 위협... 주택 부족 사태와 맞물린 화재 위기 하트랜드 소방구조국의 충격적인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동부 ...

미-캐나다 간 항공 여행 70% 급감… 한인 여행사들도 큰 타격

코로나19 이후 최저 수준 기록... 미국과 캐나다 간 항공 여행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여행 데이터 제공업체 OAG에 따르면,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