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우상혁(28·용인시청)은 군인 신분이던 2021년 도쿄 대회 때보다 짧은 머리카락으로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치른다.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7을 가뿐하게 넘고, 공동 3위로 결선에 진출한 우상혁은 “지금 생각해보니, 머리카락 참 잘 잘랐다”며 “삭발 수준으로 머리카락을 자른 게, 빛을 볼 날이 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11일 오전 2시에 열리는 결선에서 삭발을 한 채로 바를 넘는다.
그는 올해 4월 홍콩 전지훈련 중 ‘훈련에 방해가 될까 봐’ 직접 삭발을 했다. 이후 지금까지 ‘삭발 수준’의 헤어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우상혁은 “파리 올림픽에서 1㎝라도 더 높이 뛰고자 삭발했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며 “머리카락을 밀면서 초심도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2m26·결선 진출 실패), 2021년 도쿄(2m35·4위)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섰다.
‘세계 최정상급 점퍼’로 올라선 시점인 도쿄 올림픽에서 우상혁은 군인 신분(국군체육부대 소속)이었다.
짧은 머리카락으로 거수경례하는 모습은 많은 팬들에게 회자했다.
이후 우상혁은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대회 우승(2m34), 실외 세계선수권대회 2위(2m35), 2023년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2m35) 등 한국 육상 최초 기록을 여러 개 세웠다.
전역 후에도 우상혁은 ‘단정한 짧은 머리카락’을 유지했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해인 올해에는 아예 삭발을 하며 “높이뛰기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파리 올림픽 예선을 공동 3위로 통과하며 우상혁은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초로 올림픽 2회 연속 결선에 진출한 선수가 됐다.
세계 최정상급 점퍼 우상혁에게 이제 예선 통과는 ‘쉽게 풀 수 있는 숙제’다.
우상혁의 꿈은 파리 올림픽 메달에 닿아 있다.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 출전하는 12명 중 우상혁은 3번째로 높은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했다.
도쿄 올림픽 공동 금메달리스트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2m43·카타르), 장마르코 탬베리(2m39) 만이 우상혁보다 높은 개인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해미시 커(뉴질랜드)의 개인 최고 기록도 우상혁과 같은 2m36이다.
주본 해리슨(미국)이 예선에서 탈락한 터라, 결선에서는 우상혁, 바르심, 탬베리, 커가 우승을 놓고 4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우상혁의 점프가 파리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까지 닿을 수 있을까.
우상혁은 “모든 걸 갈아 넣으며 훈련했다”며 “결선에서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광복 이후 한국 육상이 배출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1992년 바르셀로나 황영조(금메달)와 1996년 애틀랜타 이봉주(은메달), 단 두 명뿐이다.
두 개의 메달은 모두 도로 종목인 마라톤에서 나왔다.
우상혁이 ‘최소한의 목표’인 메달을 획득하면, 28년 만에 새로운 올림픽 육상 한국인 메달리스트가 탄생한다.
트랙&필드 종목에서는 한국인 최초 메달리스트라는 수식어도 얻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