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불참에도 안세영 관련 질문 이어진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한국 배드민턴에 28년 만에 올림픽 단식 종목 금메달을 안긴 안세영(삼성생명)이 대표팀 시스템에 불만을 드러내는 ‘작심 발언’을 내놓으며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가 빠진 배드민턴 선수들의 기자회견도 온통 ‘안세영’이었다.
6일 프랑스 파리의 메종 드 라 시미에 조성된 대한체육회의 코리아하우스에서는 배드민턴 메달리스트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곳에선 각 종목 일정이 마무리되면 메달리스트들이 귀국하기 전 국내 취재진과 만나 경기장에서 못다 한 얘기를 나누는 기자회견이 마련되곤 한다.
4일엔 사격, 펜싱, 유도 선수들이 함께 참석해 서로를 축하하며 기자회견에 나섰고, 5일엔 12년 만에 한국 수영에 메달을 안긴 김우민(남자 자유형 400m 동메달)이 여전한 감격을 전했다.
이날은 전날 경기 일정이 끝난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이 개최됐는데, 정작 주인공이 될 거로 기대했던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은 나오지 않았다.
체육회는 관련 공지에서 ‘안세영은 본인 의사에 따라 불참한다’고 밝혔다.
안세영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서 취재진을 만나 “제 (무릎)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이 실망했었다”며 비판에 나선 직후였다.
안세영은 이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선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잘 키워줬으면 좋겠다”며 대표팀 훈련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의사결정 방식 등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이날 현장엔 혼합복식 은메달리스트인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만 참석했는데, 이들에게 안세영 관련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김원호는 “파트가 나뉘어 있어서 저희는 그런 것들을 잘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면서 안세영의 금메달 획득 이후 특별히 대화를 나눈 것은 없다고 밝혔다.
대표팀 분위기에 대해선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분위기가 좋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할 것 같다”면서 “(기자회견에 나오면서도) 축하받아야 할 자리인데, 우려스러운 마음이 있긴 했다”고 했다.
그는 “여기까지 온 게 우리 힘만으로는 아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던 덕분이었던 것 같다”면서 “제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정나은은 “안세영 관련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대회 준비 과정에 대한 질문엔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컨디션에 맞춰서 훈련하고, 먹는 것과 수면에 신경 썼다. 올림픽 전 선수촌에서 훈련할 때는 컨디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원호와 정나은은 이번 대회 은메달을 합작, 한국 선수로는 2008년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의 금메달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입상했다.
김원호는 “저희 스타일이 일반적인 혼합복식보다는 ‘반반 섞어서’ 하는 플레이 위주인데, 일반 대회에서는 흔들리는 모습이 많이 보여 올림픽에서는 서로 믿고 그런 플레이를 더 확실히 해보자고 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혼합복식 챔피언인 어머니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과 ‘모자 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어머니가 ‘어릴 때 했던 말(“네가 길영아의 아들로 사는 게 아니라 (내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도록 해야 해”)을 기억해줘서 고맙다. 고생 많았고 면제(병역 혜택)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정나은은 “여자복식과 남자복식 등 모든 종목이 어떻게 훈련해왔는지 옆에서 지켜봐 왔기에 (함께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슬프고 아쉽다”면서 “이번 올림픽이 끝이 아니니까 대표팀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선수들이 “스마트하게, 체계적으로 훈련했다고 들었다”면서 “다음 올림픽에 나가게 된다면 중국 선수들이 했던 것처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