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의 진료비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한 산부인과에 종양을 제거한 여성환자의 주요 신체 부위 사진을 보내라고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 의원 A원장은 지난 23일 자신의SNS에 “심평원에서 외음부 양성 종양을 제거한 여성 환자들의 동의 없이 성기 사진을 보내라고 한다”면서 “항의했더니 묵묵부답”이라는 글을 올렸다.

A원장은 뉴시스를 통해 “외음부 양성 종양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 비해 많은 편이다 보니 심평원에서 허위 청구로 의심한 것 같다”면서 “시술 행위를 입증하라는 요구를 수 차례 받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자료 제출 항목에 ‘수술 전후 사진’이 추가로 명시돼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유출 우려 등이 있는 환자의 신체 사진을 요청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원장은 “환자의 병변을 사진으로 찍긴 하지만 유출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어렵게 동의를 받은 만큼 환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면서 “엑스레이나 초음파 사진도 아닌 성기 사진이 어떤 경로로 유출될지 알 수 없고 불특정 다수가 볼 수도 있는데 (심평원은)어떻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의료계에서는 심평원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자신의SNS에 “심평원이 의사를 도둑놈, 사기꾼 취급한 것이고 환자가 알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병원이) 의무기록으로 사진을 심평원에 보낼 의무는 없다”면서 “조직검사 결과와 차트로 입증하는 것이 맞고, 자료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월권에 해당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도 가능하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상식 밖의 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심평원은 “수술 전후 사진을 꼭 내야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라며 “반드시 수술 전후 사진이 아니라 입증 가능한 범위의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수술 기록지와 조직 검사 결과를 토대로 심사한 결과 외음부 종양이 아닌 농양으로 확인 돼 농양 절개술 수가로 조정이 됐었다”면서 “자료가 많을수록 검토하시는 위원들이 심사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심사 참고 자료 목록 중 추가로 낼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내라는 의도로 보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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