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즈너상 후보 정지훈 웹툰 작가 “기독교 복음 주제로 작업”

“‘수평선’을 작업하던 당시에 이 작품을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그만큼 제 삶과 진심을 담아 그렸는데, 그래서 어떤 독자들께는 깊은 울림이 된 것 같아요.”

웹툰 ‘수평선’으로 만화계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미국 아이즈너상 후보에 오른 정지훈 작가는 24일 서면 인터뷰에서 ‘수평선’이 해외 평단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수평선’은 전쟁으로 인해 지옥처럼 변한 세상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가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2016년 처음 연재된 정 작가의 초기작이지만, 최근 영어판 단행본이 발간되면서 올해 아이즈너상 최우수 북미판 국제작품 아시아 부문 후보에 올랐다.

어린아이가 주인공이고, 어딘가 이상한 어른들을 마주치며 여행한다는 내용이 동화 ‘어린왕자’를 닮았다.

실제로 작가는 웹툰에 등장한 어른 캐릭터들을 하나의 상징으로 활용했다.

정 작가는 “처음 만난 남자(이상한 남자)는 인간의 동물적인 면, 혹은 감정을 상징하고 두 번째 만난 남자(양복 입은 남자)는 이성에 의한 판단을 상징한다”며 “망가진 감성과 이성을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마냥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평하기에는 전반적으로 작품 분위기가 어둡다.

소년이 가장 믿고 의지하던 존재인 소녀는 사고로 죽고, 소년은 더는 걸어 나갈 수 없는 길의 끝을 마주한다.

소녀의 죽음에 대해 작가는 “길에는 언제나 끝이 있고, 그 끝에는 인간 스스로는 결코 건널 수 없는 깊고 어두운 바다가 있다”며 “소녀는 자신의 길 끝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전반에 깔린 흑백 톤이 어두운 분위기에 힘을 더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흑백 만화를 즐겨봤고 작품 분위기에도 흑백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혼자서 다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흑백이 좀 더 효율이 높았고, 중요한 장면에서 컬러로 힘을 더 실어줄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체적인 주제가 종교적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기독교 복음을 주제로 두고 항상 작품을 하고 있다”며 “하늘과 바다가 닿는 선이 작품 내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작품 속에서는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장면에서 바다 위를 떠도는 소년을 구멍 뚫린 손이 붙잡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손은 십자가 형벌을 받았던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2022년 ‘더 복서’ 완결 이후 소식이 뜸했던 정 작가는 현재 차기작을 작업 중이라며 “여러 사람이 나오는 군상극을 그리고 있고,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수평선’ 속 인물들처럼 그 끝을 모르더라도 우리가 앞을 향해 꾸준히, 성실하게 걸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 작가는 향후 작품을 통해 계속해서 그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로 가게 되는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우리는 고민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겠죠? 저 또한 계속 나아가면서 제 고민과 답을 작품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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