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SK E&S와 합병하면서 자산 100조 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가 탄생했다. 배터리 계열사 SK온의 자금난 해소는 물론 그룹 내 에너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2030년 20조 원 규모의 현금을 창출하는 ‘캐시카우’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 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합병안이 8월 2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합병 법인은 11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합병 비율은 1대1.1917417로 각 사의 기업가치를 근거로 산출됐다. SK E&S의 1주가 SK이노베이션 1.19주로 교환되는 비율이다. 합병 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신주를 발행해 SK E&S의 대주주(지분율 90%)인 SK(주)에 교부할 예정이다.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로 늘어난다.

애초 1대2의 비율로 합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사실상 두 회사의 몸값을 동등하게 평가한 셈이다. 기존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주가 기준 저평가된 회사 가치를 상대적으로 후하게 쳐줬지만 반대로 가치가 깎인 SK E&S에 3조 원가량의 상환우선주(RCPS)를 보유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서는 반발이 예상된다.

양 사는 이번 합병으로 외형적 성장 외에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손익구조 강화 △성장 모멘텀 확보 등 3가지 측면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0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두 회사의 합산 EBITDA는 5조 8000억 원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이날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녈, SK엔텀 등 3사 간 합병도 의결했다.

합병안들이 승인되면서 올 초부터 계속된 SK그룹의 구조 개편 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편을 이끌고 있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잘게 쪼개진 계열사들을 하나둘 합치면서 인력과 투자의 중복 요소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당장 18일 SK㈜ 이사회에서는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SK이노베이션도 SK E&S와 일부 사업이 겹치는 만큼 향후 SK온을 중심으로 재정비하는 후속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그룹 계열사 통합 및 효율화 작업이 공식적인 절차를 시작한 것”이라며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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