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으로 생긴 혈변, 치질 때와 색깔 달라

변에 본 뒤 항문을 휴지로 닦다가 붉은색 피가 묻어 있을 때가 있다. 이를 ‘혈변(血便)’이라고 한다. 이처럼 혈변이 나타나면 대장암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혈변이 생기는 원인은 치핵·대장암·대장 용종·대장 게실(憩室)염·허혈성 대장염·염증성 장 질환 등 다양하다. 항문이 찢어졌을 때도 혈변이 생긴다. 이처럼 혈변은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나기에 혈변이 생기면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는 게 중요하다.

선홍색 혈변, 치질 가능성 높아

대변에서 피가 보인다면(혈변) 대장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치질과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지만 대장암으로 인해 생긴 혈변 색깔은 치질로 발생한 혈변 색깔과 다르다.

치질은 주로 선홍색 출혈을 보이지만 대장암은 암 위치·출혈량 등에 따라 다양한 색깔이 나타난다. 대장 위쪽에서 출혈이 생기면 검거나 검붉은 피가 변에 섞여 나온다.

대장 끝부분인 직장(直腸) 쪽에 발생한 종양에서 생기는 출혈은 더 짙은 붉은색 피가 나온다. 하지만 변 색깔만으로 대장암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기에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게 중요하다.

조현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변 색깔로만 대장암인지 치질인지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다”며 “다만 혈변 증상이 계속 나타난다면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선종, 5~10년 후 대장암으로 악화

대장암은 유전·환경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한다. 이 가운데 대장 내부 점막 표면에 돌출된 융기물인 ‘대장 용종(大腸 茸腫·colon polyp)’은 대장암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 인자다. 이 때문에 대장 용종을 ‘대장암 씨앗’으로 부른다.

일반적으로 5년 간격으로 대장 내시경검사가 권고된다. 대장암 가족력이나 대장 용종 과거력이 있으면 2~3년 주기로 검사해야 한다.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장 내시경검사에서 수검자의 30~40%에게서 용종이 발견된다.

용종은 암으로 악화할 수 있는 종양성 용종과 암과 관련 없는 비종양성 용종으로 나뉜다. 종양성 용종은 대부분 대장암 전(前) 단계인 ‘선종(腺腫·adenoma)’이다. 선종은 5~10년이 지나면 대부분 대장암으로 악화하기에 대장 내시경검사를 통해 제거해야 한다.

선종 크기가 클수록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1㎝ 이하인 선종은 암 가능성이 2.5% 이하다. 1~2㎝ 선종은 10% 미만, 2㎝ 이상인 선종은 20~4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선종 크기가 2㎝가 넘으면 암이 될 위험성이 매우 높기에 반드시 절제해야 한다.

크기가 큰 선종성 용종도 암으로 악화할 위험이 크므로 제거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대장 내시경검사에서 발견되는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을 70~90%, 사망률은 50% 줄일 수 있다.

대장 내시경검사에서 용종을 절제했다면 대장 내시경검사를 다시 받아 자신의 대장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 내시경검사로 크기가 1㎝ 이하인 작은 용종 1~2개를 제거했다면 5년 후에 추적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차 교수는 “선종을 3개 이상 제거했거나, 선종 크기가 1㎝ 이상이거나, 고위험성 선종을 절제했다면 3년 뒤에 추가로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대장 상태가 불량하거나 제대로 절제되지 않았으면 1년 후에 다시 검사할 수 있다. 따라서 대장 내시경검사를 어떤 주기로 받아야 할지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항혈소판 제제 등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소화기내과 전문의에게 용종 제거 시술 전 약물 중단 여부를 상의해야 한다. 또한 용종 절제 후 발열·심한 복통·혈변 등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체 활동 늘리면 대장암 위험 27% 낮춰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좋다. 메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신체 활동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27% 줄었다.

비타민 D를 적절히 섭취하면 50세 이전에 발생하는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대너-파버 암연구소 키미 엥 교수팀이 25~42세 간호사 9만4,20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미국소화기학회 학술지 ‘소화기학’ 최신 호)다. 매일 비타민 D를 300IU 이상 섭취한 사람은 50세 이전에 대장암 발병 위험이 50% 낮아졌다.

비타민 D 섭취는 비타민 D 함유 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 D는 기름 많은 생선(연어, 참치, 고등어), 간, 달걀 노른자, 치즈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 D가 첨가된 시리얼·우유·비타민 D 보충제를 먹어도 된다.

대장 용종과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칼로리 섭취량 중 지방 비율을 30% 이하로 줄이고 △식이섬유를 하루 20~30g 이상 섭취하며 △붉은색 육류·가공육은 피하고 △발효 유제품을 충분히 마시며 △하루 1.5L 이상의 물을 마시고 △패스트푸드·인스턴트·조미료·훈제 식품은 되도록 피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음주ㆍ흡연을 피하고 △50세 이후 5년마다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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