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은 가수 김호중을 구속 기소하면서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은 음주 운전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추가 음주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호중처럼 음주 운전 사고 후 도주하고 추가로 술을 마셔 음주 측정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신 의원은 “음주 운전은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특히 의도적인 추가 음주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사법절차를 고의로 방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술에 취한 상태의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술을 추가로 마시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신 의원은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음주 운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입법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헌)는 지난 18일 오후 특정법률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받는 김호중을 구속 기소했다.
다만 경찰이 검찰에 넘기면서 적용했던 음주운전 혐의는 빠졌다. 당초 경찰은 김호중의 구속 이후 위드마크 공식으로 역산, 사고 당시 김호중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정지 수준인 0.03%를 웃도는 것으로 보고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도 김호중이 음주로 인해 정상 운전이 곤란했다는 사실은 명확하게 규명했다며 “CCTV 영상에 따르면 음주 이후 김호중 얼굴과 목에 홍조가 보이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는 등 정상적인 보행조차 불가능했다”며 “사고 직전 이유 없이 제동을 반복하거나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비정상적인 주행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호중이 시간적 간격을 두고 수회에 걸쳐 술을 마셨으므로 역추산 계산 결과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음주수치를 특정하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김호중이 음주운전 사고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추가 음주를 했다는 것. 실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도 “사고 전 음주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소견을 냈지만,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도 이번 김호중 사태를 통해 조직화된 사법방해에 무력한 입법 공백을 명확하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호중은 막대한 수익과 투자 창출력을 바탕으로 소속사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지위에서 나머지 피고인들(소속사 대표, 본부장, 매니저)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로 인해 김호중을 정점으로 한 운전자 바꿔치기 등의 사법방해가 있었고, 김호중 음주운전의 입증에 필요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호중이 전속계약을 맺은 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30배가 넘게 늘었다.
또한 검찰은 김호중이 사고 이후 편의점에서 의도적으로 맥주를 구매하는 등 추가 음주 정황도 있었다며, 이런 사법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죄에 상응한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앞으로도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음주 교통사고 후 도주’와 사법시스템을 농락하는 ‘사법방해’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김호중은 지난달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택시 기사는 전치 2주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주 후 김호중은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직원에게 허위 자수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호중은 사고 직후 현장을 수습하지 않고 경기 구리시 인근의 한 호텔로 이동했다가 17시간 만인 이튿날 오후 4시30분께 경찰에 출석했다. 그 사이 매니저 A씨가 먼저 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운전했다고 허위 자백했다. 하지만 김호중은 차량 소유주를 확인한 경찰의 추궁 끝에 뒤늦게 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음주운전은 부인했으나, 사고 열흘 만인 지난달 19일 입장을 번복하고 사과했다. 김호중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김호중과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본부장 전모씨, 매니저 A씨가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등 조직적으로 김호중의 사고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소속사 직원에게 김호중을 대신해 자수하라고 요구하는 등 범인도피교사, 증거 인멸 등의 혐의를 받는 이광득 대표와 전씨도 구속 기소했다. 주취 상태로 운전하고, 김호중을 대신해 허위 자수했던 A씨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과 범인 도피,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