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고온 현상에 양국 간 물 분쟁 가능성↑

극심한 가뭄과 고온 현상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물 분쟁’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CNN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 지역 하천의 물을 나누기 위해 1944년 협약을 체결했다. 

멕시코는 리오그란데강의 유량 중 5년마다 5천700억 갤런을 미국에 보내고, 미국은 콜로라도강에서 매년 4천900억 갤런을 멕시코로 보내는 내용이 협약의 골자다.

협약이 체결된 이후 첫 10년간은 물 교환이 순조롭게 이뤄졌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멕시코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멕시코는 1992∼2002년까지 두 차례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고, 오는 2025년 10월로 예정된 만기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간 협약을 관할하는 국제경계수위원회의 미국 측 위원인 마리아 엘레나 기네르는 “아직 1년 치 분량밖에 받지 못했는데 벌써 만기가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기까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빚으로 남게 되며 차후에 이를 갚아야 한다. 

멕시코가 이처럼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기후 위기로 더위와 가뭄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으로 리오그란데강을 따라 개발이 급증하면서 물 수요가 급증했고 국경 양쪽이 도시화하면서 인구가 늘어난 점도 물 부족 현상을 부추겼다. 

CNN은 멕시코로부터 유입되는 물의 양이 줄어들면서 텍사스 남부지역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 남부지역에서 500여명 이상의 정규직을 고용하며 50여년간 운영됐던 설탕 제분소가 지난 2월 문을 닫았는데, 공장주는 멕시코가 협약을 준수하지 않은 것에 원인을 돌렸다. 

모니카 데라 크루즈 연방하원의원은 지난 2월 “멕시코의 물 전달 부족이 텍사스의 농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멕시코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데라 크루즈 하원의원은 2025년도 하원 예산법안에 물 부족분을 채울 때까지 멕시코에 대한 지원을 보류한다는 문구를 추가하기도 했다.

다만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멕시코도 물 부족으로 고통받기는 마찬가지다. 

멕시코는 2011년부터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미국과 국경을 접한 북부 치와와주에는 8개월 넘게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고 있다.

치와와주에서는 지난 2020년에도 미국에 물을 보내는 것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CNN은 이처럼 지속된 분쟁에도 완전한 재협상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각서를 작성해 협약을 일부 수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기네르 위원은 “멕시코에 지금까지의 부족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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