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에서 도로사이클 개인도로 종목은 역대 대회 중 코스가 가장 길다. 남자부는 273㎞나 된다.

서울에서 동해안에 맞닿은 경북 포항까지 거리보다 코스가 길다.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하는 선수들은 13곳의 산악 지형을 넘어 결승선이 설치된 파리로 돌아온다.

선수들은 세계적 유명 관광지인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몽마르트르 지구를 지나 결승선을 통과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유로(한국국토정보공사)가 이 경주에 출전한다.

김유로는 중장거리 전문이다. 본래 도로 종목으로 시작했지만, 실업팀 입단 후에는 트랙 종목에 집중, 중장거리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트랙 종목인 매디슨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 만큼 270㎞를 넘는 장거리 경주가 익숙하지 않다.

김유로는 14일(한국시간 기준) 인천국제공항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번 올림픽이 역대 대회 중 개인도로 코스가 가장 긴 걸로 안다. 사실 나도 270㎞ 거리의 경주는 해본 적이 없어 내게도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정도 거리는 사이클 선수가 느끼기에도 부담스러운 거리지만 그만큼 충실히 준비하고 훈련에 매진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는 게 국가대표 선수로서 의무”라고 결의를 다졌다.

김유로는 현재 우리나라 남자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도로 사이클 선수다. 지난 12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2024 아시아 도로사이클선수권대회 개인도로 종목에서 당당히 우승했다.

158㎞ 구간을 3시간 21분 4초 만에 주파했다.

마지막 바퀴에 16명이 선두 그룹을 이뤄 경쟁한 가운데 트랙 선수답게 남은 힘을 쥐어 짜내는 스프린트를 선보인 끝에 최종 승자가 됐다.

우리나라 남자 선수가 이 대회 개인도로 종목에서 우승한 건 2017년 박상홍(한국국토정보공사) 이후 7년 만이다.

김유로는 “국가대표팀에 쟁쟁한 선배 선수들이 많은데 내가 파리행 티켓을 받은 만큼 사실 부담이 컸다. 그런데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우승하면서 올림픽에 나설 자격이 있음을 어느 정도 보여준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권대회를 우승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우승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해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아시아와 세계의 격차는 크다. 한 계단씩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올림픽을) 잘 준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이클의 중심은 유럽이다. 변방으로 분류되는 한국은 사이클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 적이 한 번도 없다.

김유로도 세계적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안다. 그래도 김유로는 올림픽을 뜻깊은 도전의 무대로 삼으려 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 출전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만큼 이번에 내 올림픽 출전이 우리나라 사이클 종목이 발전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이클이 좋아 쉬는 날이면 산, 바다 등 각지로 자전거를 끌고 나선다는 김유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와 동호인 대회에 출전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매번 대회에 나선다.

그저 자전거를 타는 게 재미있어서 어린 나이에 대회까지 출전한 김유로는 당시 경주 운영 전략 등을 하나도 몰랐다.

배를 텅 비운 채로 출발선을 나선 김유로는 금방 힘이 빠져 오르막 하나를 넘고서는 경주를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지쳤다. 함께 대회에 출전해 뒤따라오던 아버지를 굶주린 상태에서 기다린 끝에 어렵게 완주했다.

이후 사이클 선수로 성장한 김유로에게 이때만큼 경주 중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

경주 중 아무리 힘든 순간이 와도 당시의 고통보다는 심하지 않다는 ‘자기 암시’ 덕에 매번 힘을 쥐어 짜내 페달을 밟을 수 있다고 한다. 그게 김유로의 비결이다.

김유로는 “그때보다 힘든 순간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세계 무대는 높지만 최선의 결과를 내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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