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두려운 환경·과학 부처,
정치 개입 막을 방안 고민
트럼프 1기 때 정치적 압박을 경험한 미국 환경·과학 부처 공무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환경보호청(EPA) 직원 거의 절반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이달 연방정부와 새로 체결한 협약에 직원들의 업무를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연방공무원노조(AFGE) EPA 지부의 마리 오언스 파월 위원장은 새 조항은 노동자들이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치적 개입을 신고할 수 있게 한다면서 “트럼프 2기를 대비하고 우리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협약의 유효 기간은 4년이며 노동자의 신고 내용을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이 아닌 독립적인 조사관이 검토하도록 한다.
EPA 공무원들이 정치적 개입을 걱정하는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환경주의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자 수백명을 좌천하거나 침묵시키고 쫓아냈으며 코로나19, 생식, 허리케인 예보와 관련된 연구를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를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으며 취임 첫해에 그가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들은 EPA 과학자 3명이 한 콘퍼런스에서 기후변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지금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너무 과대해진 연방정부가 경제 발전을 방해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다른 우선순위를 희생하면서까지 기후과학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정말 나쁜 것 중의 하나는 환경 부처들”이라면서 “그들은 이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 차기 보수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은 보고서 ‘프로젝트 2025’는 EPA의 환경 정의국(office of environmental justice)을 없앨 것을 권고했다.
이 조직은 저소득층과 소수인종에 피해가 집중된 오염 문제를 다루기 위해 2022년에 신설됐다.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경우 지난 3월 더 엄격한 과학 윤리규정을 도입했다.
NOAA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NOAA 과학자들이 예측한 허리케인 경로와 다른 예측을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옳다는 성명을 냈으며 이를 통해 과학 윤리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2020년 조사에서 결론 났다.
공공 부지와 수자원을 관리하며 해양 시추와 멸종 위기종 보호 등을 관할하는 내무부도 트럼프 2기 때 감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기 때 삭감할 정부 기능으로 내무부를 지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내무부의 토지관리국을 워싱턴DC에서 콜로라도주로 이전했고, 이에 영향을 받은 토지관리국 직원 87% 이상이 그만두는 등 트럼프 4년 동안 내무부 직원이 4천900명 줄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한 뒤 연방정부 부처에 연구를 정치적 간섭이나 조작에서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이런 정책이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행정명령으로 무효화할 수 있다고 WP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