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승리 이끈 레이건 소환하며 푸틴·트럼프 동시에 견제 
“노르망디 용사들은 미국이 혼자 가길 원하지 않을 것”

조 바이든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2차대전의 분수령이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적지를 찾은 자리에서 “우리 시대의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나라 안팎에서의 침략에 맞설 것”을 강조했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푸앙트 뒤 오크'(Pointe du Hoc)에서 행한 연설에서 80년 전 전투에 나섰던 미군 특전사 병사들이 바라는 바 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대서양 방벽 일부로 조성돼 독일군 기관총 진지로 쓰였던 ‘푸앙트 뒤 오크’의 절벽을 기어 올라가 점령에 성공한 미군 특전사 장병들의 이야기는 2차대전 전쟁사의 결정적인 영웅 스토리로 남아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당시 푸앙트 뒤 오크 전투에 나섰던 미군 특전사 요원들의 전공과 용맹에 경의를 표한 뒤 “그들은 히틀러의 침략에 맞섰다”며 “그들이 오늘 날 미국이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곳 유럽 침략에 맞서길 원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그들은 이 해변으로 동맹들과 더불어 진격했다”며 “그들이 미국이 오늘날 혼자 가길 원하리라고 믿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가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종종 삶, 자유, 행복 추구와 같은 큰 이상을 말하는데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라고 믿을 것을 요구한다”며 “그래서 민주주의는 우리 각자와 함께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의 위대함은 과거의 것이라고 믿기를 거부한다”며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를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연설 내용은 공화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1911∼2004)이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40주년을 기념해 푸앙트 뒤 오크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강조했던 고립주의 경계 메시지와 일맥상통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레이건 전 대통령을 이날 거명하지 않았지만 레이건의 40년전 연설 장소에 섬으로써 소련에 맞서 냉전 해체를 이끌어 낸 레이건의 동맹 중시 및 개입주의적 외교·안보 노선을 소환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주도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동맹국들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내포된 고립주의를 견제한 것으로 해석됐다. 

1984년 6월6일 현재의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집권 1기 4년차로 재선에 도전 중이던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이곳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고립주의를 비난하며, 당시 소련에 맞선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했다. 

당시 레이건은 “2차대전에서 우리는 바다 건너 편(미국)에서 맹목적인 피난처를 찾는 것보다 여기(전선)서 평화를 수호할 준비가 되어있는 편이 낫다는 쓰라린 교훈을 얻었다”며 “고립주의는 확장주의적 의도를 가진 전제적인 정부에 대한 타당한 대응책이 된 적도 없고, 되지도 않을 것임을 우리는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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