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선거를 함께 치르는 다음 달 2일(현지시간)은 정치권의 유리천장을 깨는 ‘상징적인 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성 우월주의 국가’로 알려진 멕시코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과 멕시코시티 시장, 멕시코주(州) 주지사가 모두 여성 지도자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 주지사(멕시코시티 시장 포함), 구청장, 지방의원 등 2만708명을 선출한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하루에 가장 많은 공직자를 뽑게 되는 역사상 최대 규모 선거로 볼 수 있다고 INE는 설명했다.
모든 선거 결과가 유권자들의 관심사이지만, 그중에서도 전국 단위 이목이 쏠리는 것은 대통령 선거와 ‘정치 1번지’인 수도 멕시코시티의 시장 선거다.
대선에서는 집권좌파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와 우파 정당 연합의 소치틀 갈베스(61) 후보(국민행동당 소속)가 전날 각각 마지막 유세를 마치고 유권자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여성으로, 누가 당선되더라도 멕시코는 200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국정 운영을 맡기게 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셰인바움 후보가 갈베스 후보를 1년여 전부터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서며 선두를 유지해왔다.
셰인바움 후보는 지난 2018년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뒤를 이어 여당은 이번 멕시코시티 시장 선거에 여성인 클라라 브루가다(60) 전 이스타팔라파 구청장을 후보로 세웠다
브루가다 멕시코시티 시장 후보의 상대는 우파 정당 연합의 산티아고 타보아다(38) 전 베니토 후아레스 구청장이다.
두 사람은 여론조사 지지율 상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예컨대 멕시코 주요 일간지인 엘피난시에로는 13∼22일 1천21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여당 브루가다(51%)가 타보아다(42%)를 앞섰다고 보도했고, 여론조사 전문 기관 라엔쿠에스타 에메에키스(MX)는 29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야당 타보아다(48.1%)가 브루가다(42.7%)에 우위를 점했다고 밝혔다.
집권당 브루가다 후보가 당선되면 멕시코시티는 연거푸 여성 시장을 배출하게 된다.
멕시코시티와 함께 수도권을 형성하는 멕시코주에서는 이미 지난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델피나 고메스(61) 주지사가 당선된 바 있어서, 경우에 따라선 이번 선거는 멕시코 정치권 내 ‘여성 파워’의 신장을 방증하는 기념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멕시코 광역 수도권이라고도 불리는 멕시코시티와 멕시코주에는 인구(1억3천만명) 20% 정도인 2천600만명이 살고 있다.
멕시코에서 기업 대표나 이사진 등 경제 부문을 보면 여성 리더십이 매우 소수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최근 수년간 여성 지위가 빠르게 향상했다.
상·하원 의원의 남녀 성비가 2018년 이후 거의 비슷해진 게 그 대표적 사례다.
멕시코 출신인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 사무총장은 2020년 연설에서 “멕시코는 여성의 공직 참여를 늘리기 위한 정책 추진의 선두 주자”라며, 2017년 이미 의회 내 여성 비율이 OECD 국가 평균을 상회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