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도 화폐로 기능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 서울 2024’ 연사로 참여한 사이페딘 아모스 레바논 아메리카대 경제학 교수는 “그렇다”는 입장이다. 인플레이션과 같은 법정화폐의 한계를 보완하고 신속한 글로벌 결제망을 구축할 수 있어서다. 풍부한 기술 인재와 자본을 가진 한국이 비트코인 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아모스 교수는 비트코인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화폐로서의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개껍데기부터 구리, 금까지 화폐는 결국 ‘아무나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귀결된다”며 “비트코인은 정해진 공급량 이상을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역사상 가장 만들기 어려운 화폐”라고 강조했다.
또 비트코인은 4년마다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거치기 때문에 달러처럼 양적 완화(중앙은행의 통화 공급)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통화량은 평균 14%, 금 채굴량은 1% 증가했지만 비트코인은 0.8%에 그쳤다”며 “공급이 늘면 가치가 떨어지는 법정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오히려 채굴 능력이 높아져 네트워크 보안이 탄탄해지고 더 많은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2000년 자국화폐를 포기하고 달러를 채택한 엘살바도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2021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국경 간 결제가 전통 화폐보다 편리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아모스 교수는 “비트코인은 특정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상호 결제가 가능하다”며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코드로 짜여 결제가 자동화돼 정산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날 디센터와 인터뷰한 아모스 교수는 한국 비트코인 시장의 미래도 점쳤다. 그는 “한국은 높은 경제력, 유동자본, 우수한 기술 인재를 보유한 국가”라며 “한국이 비트코인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거래가 금지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도 “올해 일어난 일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은 ETF 승인”이라며 “ETF는 비트코인 투자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모스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자본주의사회센터 회원으로 활동 중인 경제학 전문가다. 그는 조국 레바논에서 법정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목격하고 법정화폐의 모순점을 찾는 과정에서 비트코인에 주목했다. 또 2018년 글로벌 베스트셀러 ‘왜 달러는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원제 The Bitcoin Standard)’를 통해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는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가상자산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엘살바도르 정부의 경제 고문으로 합류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