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도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 등 5개 법안이 정부로 긴급 이송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11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국회 사무처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법, 세월호참사피해자지원법 등 5개 법률안을 정부로 긴급 이송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국회 통과 뒤 약 3시간 40분, 민주유공자법 등 4개 법안은 통과 뒤 약 1시간 20분 만이다.
통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 이송까지 3일 이상이 걸린다. 국회 사무처의 법률안 검토, 자구 수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국회가 이례적으로 법안을 ‘당일 배송’한 건 정부 이송이 30일 이후로 밀려 초래될 법적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21대 국회가 29일 폐원하는 가운데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새로 출범하는 22대 국회가 이에 대한 재의결권을 가지는지 등을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긴급 이송 배경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시점이 회기를 넘어서게 될 경우 처리 방식을 두고 학자들 간에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고 선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들의 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이 당초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될 소지가 있고 결국 국민에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선의의 재정 관리를 해야 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거부권을 행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야당 요청으로 부의돼 국회를 통과한 민주유공자법 등 4개 쟁점 법안 대해서도 일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껏 10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4·10 총선 패배 이후 국정과제 동력 확보를 위해 야당과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의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야당에 ‘독선’이라는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추후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국민적 이해를 얻는 일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