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에서 ‘효자 종목’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펜싱 대표팀이 ‘금맥’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펜싱 국가대표팀은 27일 충북 진천의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미디어데이를 열어 파리 올림픽 준비 상황과 대회를 앞둔 포부 등을 밝혔다.
한국 펜싱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남자 플뢰레 개인전 김영호)과 동메달(남자 에페 개인전 이상기)이 최초로 나온 것을 시작으로 최근 5차례 올림픽에서 메달 행진을 이어오며 종합 국제대회의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2년 런던(금2·은1·동3)부터 최근 3차례 대회에선 빠짐없이 금메달을 수확했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땐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 여자 에페 단체전 은메달, 남자 사브르 개인전(김정환)과 남자 에페 단체전,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선 동메달이 나왔다.
이번 파리 대회를 앞두고는 대한민국 전체 선수단의 출전 종목이나 인원이 예년보다 대폭 줄어든 가운데 펜싱은 양궁과 더불어 간판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날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지도자들은 올림픽 목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유독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는데, 조종형 대한펜싱협회 부회장은 “대한체육회에서 목표로 보는 금메달 2개가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펜싱계로서도 세대교체 등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올림픽이 될 거로 보고 있다”면서도 “일심동체가 돼 강력한 팀워크로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은 남자 사브르와 여자 에페,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 출전한다. 단체전 출전권을 딴 이 3개 종목엔 한국 선수가 3명씩 개인전에도 출전할 수 있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종목은 단연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는 남자 사브르다.
남자 사브르는 도쿄 올림픽을 비롯해 기존 주축 멤버로 활약해 온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에 신예급인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합류해 파리로 향한다.
런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멤버인 원우영 남자 사브르 코치는 “최근 상승세인 미국, 오래 같은 멤버가 호흡을 맞춘 헝가리가 강력한 경쟁 상대지만, 이들을 분석하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단체전 3연패의 의미가 남다른 만큼 새 역사를 써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 맏형이 된 구본길은 “우리는 개인,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여자 에페는 도쿄 올림픽 단체전 은메달,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한 송세라(부산광역시청), 이혜인(강원도청), 강영미(광주광역시 서구청), 최인정(계룡시청)으로 멤버가 유지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태극마크를 내려놨다가 돌아온 최인정은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생각에 고강도 훈련을 버티고 있다”면서 “우리 팀의 별명인 ‘금둥이’답게 아름답게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2회 연속 단체전 입상을 노리는 여자 사브르는 윤지수와 전하영(이상 서울특별시청), 최세빈(전남도청), 전은혜(인천광역시 중구청)가 팀을 이뤘다.
윤지수는 “여자 사브르는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됐다. 후배들이 좋은 기량으로 올림픽 멤버까지 뽑힌 만큼 겁 없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면서 “우리는 단체전 4강에 충분히 들 수 있고, 4강에 가면 메달 색깔을 바꿀 수 있는 팀”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단체전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종목의 경우 세계랭킹과 권역별 예선 대회를 통해 개인전에만 일부 나설 수 있는데, 남자 플뢰레의 하태규(충남체육회)와 남자 에페의 김재원(광주광역시 서구청)이 세계랭킹을 통해 개인전 출전 자격을 얻었다.
펜싱 대표팀은 다음 달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등을 통해 올림픽 대비를 이어갈 계획이다.
펜싱협회는 진천선수촌 농구장에 파리 올림픽 경기장 환경을 비슷하게 구현한 실전 훈련용 피스트를 설치해 선수들이 실전 분위기에 적응하도록 도울 참이다.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는 개회식 다음 날인 7월 27일(현지시간)부터 프랑스 파리의 역사적인 건축물이자 박물관인 그랑팔레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