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탄고지’ 식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저탄고지는 ‘저탄수화물, 고지방’의 약자다.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지방과 단백질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식단을 말한다.
탄수화물은 혈액을 타고 세포로 운반돼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다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체중감량, 건강관리 등을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마흔이 넘은 당뇨병 환자의 탄수화물 섭취율이 전체 섭취 열량의 70% 이상이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권유진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 자료를 활용해 40~69세 중장년과 노인에서 당뇨병 유무에 따른 탄수화물 섭취와 사망률 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포함된 14만3,050명 중 당뇨병 환자는 1만4,324명(10.1%)이었다. 10년의 연구 추적 기간 동안 사망자는 5,436명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이 당뇨병 동반 여부를 구분해 사망률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섭취율을 분석한 결과, 당뇨병 환자는 탄수화물 섭취와 사망률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당뇨병 환자는 총에너지 중 탄수화물 섭취가 69%를 넘으면 사망률이 증가했다. 또 탄수화물 비율이 10% 증가하면 사망률이 10%, 당류 섭취를 1g 늘리면 사망률이 2%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감미료 등 첨가당 섭취가 1g 증가하면 사망률이 18%나 올랐다. 반대로 당뇨병이 없으면 탄수화물, 당류, 첨가당 섭취 정도와 사망률 간 관계가 없었다. 다만 40~69세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만큼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 대상의 연구에 비해 총사망률이 증가하는 적정 탄수화물 섭취분율 기준점이 다소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견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23년 진료지침에서 탄수화물 섭취를 총에너지의 55~65% 이하로 줄이되, 개별 환자의 상태와 대사 목표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량은 기저 질환의 종류는 물론 인종, 민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45~64세 미국 성인 대상 연구에서는 탄수화물 섭취가 50~55%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대만 연구는 당뇨병 환자의 탄수화물 섭취량이 43~52%일 때 사망률이 가장 낮다고 밝혔다. 적정 탄수화물 섭취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당뇨병이 있으면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를 조심하는 식습관이 필요하다”며 “당뇨병이 없더라도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비만, 당뇨병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실시됐으며, 국제학술지 ‘임상영양(Clinical Nutri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미주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