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미국·카타르 “모두가 속았다” 분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중재국 중 하나인 이집트 정보기관이 휴전 조건을 슬쩍 변경한 데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CNN 방송은 21일(현지시간) 휴전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 지난달 이집트를 통해 하마스에 전달된 이스라엘의 새 휴전협상안의 조건 일부가 이집트 정보기관에 의해 암암리에 수정됐다고 보도했다.

결국 하마스가 이달 6일 수용하겠다고 밝힌 휴전협상안의 내용은 카타르와 미국이 잠정적 최종안이라고 알았던 것과 다른 조건을 담고 있었다고 이 소식통들은 말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과 카타르,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우리 모두가 속았다”고 분노하며 비난을 퍼부었고 휴전 협상은 이후 교착된 상태다.

특히 협상이 이뤄진 이집트 카이로를 직접 찾아 가자전쟁 휴전 성사를 위한 노력에 앞장선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집트가 협상 조건을 수정했다는 말을 전해 듣자 당황하며 화를 냈다고 한다. 

번스 국장 자신이 이스라엘 측에 협상 조건이 수정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거나, 아예 휴전 중재 과정에서 배제돼 있었던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번스 국장은 평소 부드러운 어조와 온화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때는 “거의 버럭 화를 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CIA 대변인은 이러한 보도와 관련해 즉각적인 언급을 거부했다.

CNN 취재에 응한 소식통들은 이스라엘의 승인 아래 마련된 휴전협상안의 조건을 수정하는 작업을 주도한 건 이집트 국가정보국(GNI)의 아흐메드 압델 칼렉 수석 부국장이라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칼렉 부국장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동의를 받아 휴전을 이뤄낼 목적으로 이스라엘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원래 휴전안의 틀에 하마스 측의 요구사항을 더 많이 삽입하고선 다른 중재국들에는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휴전 협상에 관련된 “모든 이들이 이집트가 동일한 문건(원안)을 제공했다고 가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집트 정보당국이 이스라엘이 내놓은 원안과 하마스 측이 보내온 반응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려 노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러한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 즉각적으로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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