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일부 전략 분야에서 대중국 ‘표적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가운데, 테슬라 등 전기차업체 입장에서는 완성차보다 배터리 부문 관세 인상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관세 발표 당시 전기차 부문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는 안이 주목받았지만, 현재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기차가 적은 만큼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내다봤다.
대신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올리기로 한 것이 미 자동차 업계에 더 의미 있다는 것이다.
WSJ은 아직 세부 내용이 발표되지는 않았다면서도, 현재 발표를 근거로 볼 때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이용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테슬라의 저가형 모델3(스탠더드래인지)의 경우 대략 1천 달러(약 136만원)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고 봤다.
또 포드가 중국산 LFP 배터리를 이용해 멕시코에서 만드는 포드 머스탱 마크-E(스탠더드래인지) 모델도 이번 발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CATL 등이 비교적 저렴한 LFP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대응해 LFP 배터리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려는 움직임 등이 목격된다.
CATL이 태국·인도네시아 등에 공장을 세우고 이곳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중국 공급망을 벗어난 새로운 저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미국은 이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서도 중국산 배터리 물질을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 7천500달러(약 1천25만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대중국 강경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세제 혜택은 줄이는 반면 관세에 대해서는 더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메리 러블리 애널리스트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후 공약대로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물리고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할 경우 매년 5천억 달러(약 683조원) 규모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추가될 것으로 봤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의 관세 충격의 5배에 근접하는 규모로, 무역 상대방의 보복 조치나 미국 상품의 경쟁력 저하 등을 감안하면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연구진 판단이다.
연구진은 해당 관세가 역진적 성격을 가진 만큼 빈곤층의 고통이 가장 클 것이라 우려했다.
이밖에 유럽 자동차 리스업체들이 테슬라의 최근 판매가 인하와 비싼 수리 비용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테슬라는 이들 업체가 신차 구매시 할인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