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성우들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피소됐다.
성우인 폴 스카이 레어맨씨는 지난해 여름 팟캐스트를 듣다가 챗봇이 자기 목소리로 말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
공교롭게도 그 챗봇은 AI의 부상이 작가, 배우 등의 생계에 미치는 위협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다.
해당 챗봇은 미 버클리대 출신들이 2019년 설립한 음성합성 전문 스타트업 로보의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로보는 역시 성우인 레어맨씨의 부인 리니아 세이지씨의 목소리도 도용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들 부부는 투자자 설명회를 포함해서 로보의 홍보 활동에도 세이지씨의 목소리가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세이지씨는 2019년 프리랜서들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라디오 대본 녹음과 관련해 익명의 고객으로부터 약 400달러(54만원)를 받았다. 이후 로보의 직원으로 알려진 그는 “결과물은 테스트용이며 내부적으로만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7개월 후엔 레어맨씨가 다른 익명 인사에게서 1천200달러짜리 의뢰를 받았고 녹음 내용은 연구 및 학술 목적으로만 사용된다고 들었다.
그러다가 2022년 4월 레어맨씨는 유튜브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영상에 자기와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들 부부는 변호사까지 써가며 어찌 된 영문인지 파악하려고 애쓰던 중에 문제의 팟캐스트를 들었다.
이들은 로보가 텍스트 음성 변환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개선할 목적으로 허가나 보상 없이 음성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들을 대표해서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에 고소했다고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의 방송인 노조인 SAG-AFTRA 측은 “이번 소송이 목소리에 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