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은 대개 사진과 함께 간단한 설명을 통해 홍보된다. 최근 전문 업체가 촬영한 사진과 영상, 가상 투어 영상 등이 바이어의 눈을 사로잡지만 글로 묘사된 설명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사진으로 보여줄 수 없는 독특한 장점은 설명을 통해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잘못된 표현으로 오히려 홍보에 역효과를 주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매물을 설명할 때 주의해야 할 표현을 알아본다.
◇ TLC
‘Needs TLC’란 표현이 사용된 매물을 간혹 볼 수 있다. TLC는 ‘Tender Loving Care’의 앞 글자만 따 줄인 말로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동물 보호소에서 반려동물 입양자를 찾기 위해 TLC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이 표현이 매물에 사용되면 좋은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전달될 수 있다. 대부분 바이어는 집 상태가 좋지 않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 Cozy
코지의 사전적 의미는 ‘포근하다’ 또는 ‘아늑하다’이다. 그러나 코지가 ‘작다’라는 뜻을 완곡해서 표현할 때도 자주 사용된다. 따라서 매물이 ‘코지하다’는 것은 건물이 ‘작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매물 설명에 코지란 단어가 포함됐다면 건물 크기가 내가 찾는 조건에 맞는지부터 확인하면 좋다.
◇ Quaint
코지와 비슷한 표현으로 ‘Quaint’란 단어도 종종 볼 수 있다. Quaint는 ‘고풍스러운’ 또는 ‘예스러운’ 등의 뜻을 갖고 있다. 동화에 나오는 집처럼 고풍스러울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주택 면적이 작거나 지은 지 오래된 집을 돌려 표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흔히 사용된다. 따라서 이들 단어가 눈에 띄면 주택의 실제 면적과 건축 연도부터 확인하도록 한다.
◇ Motivated Seller
이 표현은 셀러가 집을 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지금 집을 내놓으면 얼마나 받을지 시장 반응을 떠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뜻을 포함한 표현이다. 시쳇말로 장난으로 집을 내놓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표현이지만 일부 바이어는 셀러가 집을 빨리 팔아야 할 조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표현을 잘못 사용하면 십중팔구 헐값 오퍼를 받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표현 중 하나다.
◇ As-Is
요즘 같은 셀러스마켓 상황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As-Is는 현재 주택 상태대로 집을 팔겠다는 의미다. As-Is 조건은 매물에서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셀러가 별다른 수리 또는 수리비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조건이다. 발견된 결함에 대해서는 바이어가 전적으로 책임을 떠안겠다는 조건인데 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요즘 높은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As-Is 조건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바이어를 많이 볼 수 있다. As-Is 표현이 달린 매물을 접하면 바이어는 집에 무슨 문제가 있거나 관리 상태가 불량하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 Firm Price
부동산 거래에서 정해진 가격은 없다. 시세를 기준으로 셀러와 바이어가 협상을 통해 매매 가격이 결정된다. 지루한 협상 과정을 회피하려는 일부 셀러가 가격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알리기 위해 ‘확약 가격’(Firm Price)이란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최근처럼 셀러가 유리한 상황에서는 이 같은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순조로운 주택 매매에 도움이 되지 않는 표현이다. 주택 시장이 아무리 ‘핫’하다고 해도 가격 인하의 여지가 없는 매물은 바이어들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 가격은 둘째치고 다른 매매 조건까지도 까다로울 것이라는 느낌이 강해 바이어들이 아예 집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 Handyman Special
핸디맨에게 적합한 매물이란 뜻인데 고쳐서 살면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속뜻이 있다. 다시 말해서 현재 매물 상태가 좋지 않아 고칠 데가 많다는 의미로 대개 상태가 불량한 ‘픽서 업퍼’(Fixer Upper) 매물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최근에는 매물 부족으로 일반인 바이어들까지도 픽서 어퍼 매물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건물 상태에 따라서 수리가 수월한 매물이 있고 수리비가 천문학적으로 나오는 매물도 있기 때문에 픽서 업퍼 매물의 바이어는 한정되어 있다.
◇ ‘Priced-To-Sell’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은 잘 팔리고 비싸게 나오면 파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바로 이점을 노린 표현이 ‘Pirced-To-Sell’로 ‘팔기 위해 내놓은 가격’이란 뜻이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나온 매물인 ‘오버 프라이스’와 비교해 욕심 없이 내놓은 가격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매매 가격은 셀러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어와 셀러가 흥정을 거쳐 정해지는 것이다.
또 매물 설명은 매물의 조건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바이어는 매물 조건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가격을 판단해야 하는데 셀러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한 것처럼 보여 가격 흥정 기회도 낮아 보인다. 오퍼가 제출돼도 원하는 가격보다 낮은 ‘헐값 오퍼’를 받게 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 Walking Distance
매물 설명란에 (특정 장소까지) 도보 거리란 설명도 자주 등장한다. 자녀들이 다니게 될 학교가 도보 거리에 위치한 매물은 다른 매물에 비해 잘 팔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도보 거리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 표현도 잘 못 사용하면 오히려 책임 문제만 발생시킬 수 있다. 어떤 바이어에게 1마일까지가 도보 거리로 인정되지만 노약자들에게 도보 거리는 훨씬 짧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도보 거리라는 표현 대신 매물에서 특정 장소까지의 거리를 직접 적어 바이어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설명이 더 적절하다.
[미주 한국일보 –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