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부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의료 개혁을 위한 공공복리의 핵심적 공권력 행사라는 것이다.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의대 증원 논란과 관련해 법원이 정부 측 손을 들어주면서 이제는 의료계도 무조건적 반대에서 벗어나 조속히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배성원·최다은 부장판사)는 16일 의대생과 전공의·교수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의대 교수, 전공의 등의 신청은 각하하고 부산대 의대생의 신청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의대 교수와 전공의에 대해 원고 적격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대해 의대 정원을 늘리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그 처분성이 정당하다고 봤다. 앞서 정부는 증원된 의과대학 정원 2000명을 비수도권 중심으로 배정해 소규모 의대 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지원 등 3대 원칙에 따라 배분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재판부는 “의대생 신청인들의 학습권 침해 가능성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 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법원 결정 직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 개혁이 큰 산 하나를 넘어섰다”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2025학년도 대학 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며 “이번 기회에 선진국 수준의 교육 여건을 만들기 위한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법원의 기각 결정에도 의정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는 이번 법원의 결정과 관련해 17일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의료계가 재항고하더라도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그대로 수긍할 가능성이 높다”며 “의료계 역시 의대 증원에 대해 무조건 반대 입장에 설 것이 아니라 정부와 논의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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