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이스라엘 상대 ICJ 소송 동참 의사도 밝혀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가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 작전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AP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이집트는 아랍권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조약이 위협받고 있다며 라파 공세를 멈춰야 한다는 입장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집트의 한 고위 관리는 “이집트가 이스라엘, 미국, 유럽연합(EU) 정부에 (라파 공격에 대해) 항의했다”며 “라파 공격으로 역내 평화의 초석인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에 큰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1979년 아랍권 국가 중 최초로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조약을 맺었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아랍권 국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팔레스타인 분쟁의 중재자로 역할하곤 했다.
이번 전쟁 중에도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품 반입에 협조했고 미국, 카타르와 함께 휴전 협상을 중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자 국경을 폐쇄하고 구호품 전달에도 협력하지 않겠다면서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이집트는 또 이날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심리중인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대이스라엘 소송에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아공은 지난해 12월 29일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긴급조치를 재판소에 요청하고 있다.
이집트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 결정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공격이 날로 심각해지고 간접적인 민간인 표적화와 기반시설 파괴, 팔레스타인 주민 이탈 압박 등 범죄가 지속되는 점을 고려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집트는 가자지구 주민 다수가 싸움을 피하도록 국경을 열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의 라파 군사작전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구호품 트럭의 라파 검문소 통과도 차단했다”고 부연했다.
최근 가자지구 상황과 관련, 이집트에서 이스라엘에 경고의 메시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의 라파에 진입해 피란민을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밀어내면 평화조약의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가자지구 남쪽과 국경을 맞댄 이집트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가자전쟁이 시작된 이후 줄곧 이스라엘군 공격에 의한 가자지구 주민의 강제 이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품 반입엔 협조했지만 이곳 주민의 월경에 대비해 국경 인근에 탱크를 배치하고 국경 장벽을 강화하고 감시장비도 설치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을 위한 라파 진입 작전을 본격화하고 우려했던 가자지구 피란민 유입과 평화조약 효력 정지가 순차적으로 현실화할 경우 전쟁과 중동 정세의 위기는 한층 심각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