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유럽에서 中 가장 많이 포용하고 美 주도 세계질서에 도전”
헝가리·세르비아, 전투기로 호위하고 정상 부부가 시진핑 영접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이하 현지시간) 마지막 방문국 헝가리에 도착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태운 항공기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오르반 빅토르 총리 부부가 이들을 직접 맞이했다.
또 헝가리 공군은 시 주석을 태운 항공기가 자국 영공 안으로 진입하자 전투기들을 보내 호위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세르비아도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 내외가 공항에서 영접하고 전투기를 보내 에스코트하는 등 프랑스에 이어 자국을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을 극진히 대접했다.
세르비아와 헝가리는 시 주석 환대뿐 아니라 유럽 국가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를 가장 많이 포용하고 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도전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전했다.
WSJ은 ‘시진핑은 유럽의 변절자(renegade) 세르비아와 헝가리의 포옹을 즐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 주석이 두 나라를 방문지로 택한 배경을 이같이 분석했다.
우선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EU) 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계약을 체결했다.
또 중국이 최근 몇 년간 헝가리 투자 프로젝트에 160억달러(약 21조9천억원) 이상을 쏟아붓는 등 양국 관계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
중국 CATL은 헝가리에 78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고, 전기차 업체 BYD도 헝가리 남부 도시 세게드에 공장을 건립 중이다.
오르반 총리는 중국에 유럽 중부의 자동차 공급망 공간을 내어주는 동시에 부다페스트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를 연결하는 철도 사업에 중국의 투자를 받았다.
타마스 마투라 유럽정책분석센터 선임연구원은 WSJ과 인터뷰에서 “오르반 총리는 중국에 베팅하고 있으며, 헝가리가 자국을 물류 중심지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은 매우 분명해졌다”며 “헝가리는 또한 중국의 제조업과 산업 부흥을 믿고, 중국도 유일하게 기꺼이 도와주려 한다”고 짚었다.
유럽과 중국 관계를 더 광범위하게 제한하려는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헝가리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 기간 중국 투자 유치 노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 외교부는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양국이 16~18건의 합의 문건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비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과 유럽의 핵심 산업을 훼손한 무역 관행 등으로 중국이 유럽에서 역풍을 맞는 가운데 친중 정서의 안식처 역할을 해왔다.
특히 부치치 대통령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긴장은 중국 내부의 문제라면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2008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가 여전히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코소보와 대만에서 유사점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 주석은 세르비아와 경제와 문화 등 양자 협정 서명식을 진행하면서 “중국과 세르비아의 우정은 세계 평화와 발전을 증진하기 위해 함께 싸운 우리의 특별한 싸움을 통해, 양국 국민의 피와 생명을 통해 맺어졌다”고 말했다.
1999년 5월 미국이 이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베오그라드의 중국 대사관을 폭격해 중국인 3명이 사망한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시 주석은 이 사건 25주년에 세르비아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