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분 간 대국민 메시지…”저부터 바뀌겠다, 어떤 질책도 겸허히”
책상에 바이든이 선물한 ‘모든 책임 내가 진다’ 명패 배치 눈길
“질문 충분히 받겠다”…민감 질문에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설명, 때론 단호한 어조

 “요즘 많이 힘드시죠. 민생의 어려움이 쉬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이처럼 민생고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시작했다.

회견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국민보고라는 제목의 대국민 메시지를 먼저 발표하고, 취재진이 있는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자유롭게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요 방송들이 회견 전체를 생중계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발표는 집무실 책상에 앉은 채 20여분 간 이뤄졌다. 먹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책상 앞면에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를 새긴 명패가 놓였다. 이 명패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윤 대통령에게 준 선물로,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을 새긴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에서 “저와 정부부터 바꾸겠다”, “국회와 소통과 협업을 적극 늘려가겠다”, “저와 정부를 향한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더 깊이 새겨듣겠다” 등 발언을 통해 국민 앞에 몸을 한껏 낮췄다.

어조는 차분했고, 말할 때 고개를 양쪽으로 돌리는 특유의 모습도 메시지 발표 동안에는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본격적인 질의응답 회견을 위해 브리핑룸에 도착하자마자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 “질문 준비를 많이 하셨습니까.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질문을 충분히 받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첫 질문에 윤 대통령은 “많이 부족했다”는 자평을 내놨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사과로 답변을 시작했다.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직접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야당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은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 여사의 처신에는 사과했지만 야당의 특검 추진은 순수하지 못한 목적임을 강조하며 분리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김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두고 전임 정부부터 장기간 이뤄진 수사가 사실상 윤 대통령 자신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규정하면서, 그럼에도 혐의점이 나오지 않았는데 특검을 추진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하나의 민감 주제인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질문에는 국군통수권자로서 유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시종 진지한 어조로 여러 민감한 질문에 비교적 길게 답변을 이어갔다. 특검과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이유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단호한 어투를 보이기도 했다.

일부 질문에 답변한 뒤에는 “또 더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냐”고 되묻기도 했다.

브리핑룸에는 기자들과 대통령실 참모를 포함해 154석의 자리가 마련됐다. 공간적 제한으로 출입기자단에서 매체당 기자 1명이 입장했다. 의자만 배치되고 책상은 따로 두지 않아 입장한 기자들은 랩톱이나 태블릿을 가져오지 않았다.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안보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2차장, 왕윤종 3차장 등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이 모두 회견장에 배석했다.

취재진과 배석한 참모들로 브리핑룸은 꽉 찼으며, 마련된 자리에 모두 앉지 못해 뒷편에 선 참모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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