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 되풀이 안돼’ 브뤼셀 본부 앞 모의 장례식
미·유럽 대학가 시위 지속…경찰과 충돌·체포 속출
가자지구의 영구적 휴전을 요구하는 반전시위가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캠퍼스 내 농성자들이 또다시 다수 체포됐고 유럽에서도 경찰이 시위 해산을 위해 학교로 진입하면서 충돌을 빚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직원들은 8일(현지시간) 가자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참상과 전쟁에 대한 EU의 소극적 입장에 항의하면서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참여자 250여명은 가짜 피를 칠한 시신 형상물을 위에 꽃을 바치면서 모의 장례식을 열었고, 침묵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국기가 달리거나 유대인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말할 때 흔히 사용하는 문구인 “R.I.P. Never Again”(편히 잠드소서. 다시는 안된다)가 적힌 플래카드를 손에 들었다.
집회 연사들은 EU가 휴전을 요구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NYT는 EU 직원들이 특정 사안에 공개적으로 항의하며 집회를 갖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참여자 대부분은 직장 내 보복이 두려워 소속 기관과 이름을 밝히기 꺼렸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국적의 EU 의회 보좌관인 마르타 구판티는 “우리가 오늘 여기서 우리의 존재와 믿음을 드러내고 보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개인적으로 나는 EU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럽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가자전쟁 반대 시위가 벌어진 후 가장 격렬하게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로이터 통신은 암스테르담대에서 책상과 벽돌, 나무판자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학생 시위대가 소화기를 뿌리며 시위 해산을 위해 교정으로 들어온 경찰에 저항했다고 현지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가 확보한 영상에서 폭동 진압 장비를 착용한 경찰들이 학생들의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치고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린 후 학생들을 끌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진압에 저항한 학생 수백명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다.
암스테르담 남동부에 위치한 위트레흐트대에서도 수백명이 시위에 나섰다.
전날에는 경찰이 스위스 취리히대와 독일 베를린 자유대로 진입해 시위를 해산했다.
다만,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는 학생과 학교가 캠퍼스 내 야영을 평화롭게 끝내기로 합의하는 등 시위를 평화롭게 진행하는 대학도 많았다.
미국에서는 시위대 체포가 계속 이어졌다.
경찰은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안팎에서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면서 시위대를 해산하면서 33명을 체포했다.
뉴햄프셔 매사추세츠대에서는 총장이 ‘최후의 수단으로 경찰을 불렀다’고 밝힌 후 130명 이상이 체포됐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뉴햄프셔주 지부는 “학생의 정치적 표현에 대해 중무장한 경찰을 출동시켰다”면서 강하게 비난했다.
뉴욕 패션대학(FIT)에서도 수십명이 체포됐다. 며칠 전 40명 이상이 체포된 맨해튼 뉴스쿨에서는 일부 교수진이 다시 시위 캠프를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