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인 줄 알았는데 탱크 몰려와

이스라엘 지상전 위협 속 협상 소식 따라 안도와 공포 교차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지상전을 벼르면서 현지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피란민들은 외부에서 들려오는 협상 소식에 기댄 채 안도와 공포를 오가는 극단적 상황에 빠졌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하마스가 이집트 중재로 휴전 제안을 수용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라파에 있는 주민들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곧이어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탱크를 몰고 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를 장악하면서 주민들의 희망은 순식간에 공포로 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하마스의 휴전 제안은 라파 진입 작전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라파에서 지상전 계획을 고수했다.

이처럼 7개월째 이어지는 전쟁통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 석방과 일시 휴전 협상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사실상 가자지구에 봉쇄된 상태인 주민들은 이번과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계속 겪어야 했다.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도 비슷한 처지다.

이곳 주민들은 휴전이 가까워졌다는 소문에 남부로 피란한 친척들이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잔해가 가득한 길거리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은 라파 작전을 준비하면서 보안상의 이유로 피란민들이 북부로 돌아가는 것을 막았다.

실제로 라파에 머물던 아흐메드 카사포글루는 휴전 협상이 타결될 것 같아지자 대피소를 떠나 북쪽으로 향하다 이스라엘군에 막히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고 한다.

그는 “낮에는 휴전 회담과 관련해 긍정적인 진전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밤이 되자 ‘회담 실패’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 두 단어에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우리의 모든 희망과 꿈이 파괴됐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급변하는 데다 통신이 끊기고 정전까지 발생해 가자지구 주민들은 정확하고 최신의 정보를 얻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을 무시하고 라파에 머물기를 선택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이 라파에 있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려 하는 칸 유니스 외곽의 알 마와시 지역은 기반 시설이 거의 없는 데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자녀 여섯을 둔 누레딘 자키는 수개월 만인 지난달 칸 유니스에 돌아갔지만 물도 없고, 집은 곧 무너질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라파로 돌아와야 했다는 그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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