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마스 최후보루에서 무기반입·무장세력 퇴로 차단
- 사가전 계획으로 하마스 수뇌부 겁박해 협상력도 강화
이스라엘군이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를 장악한 데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번 군사작전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라파에서 하마스를 고립시키고 이를 휴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이스라엘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생명줄과 같은 라파 국경검문소를 장악해 폐쇄하면서 가자지구 전체가 이스라엘에 의해 외부 세계와 차단됐다. 이스라엘의 라파 국경 점령은 2005년 철군 이후 처음이다.
이집트와 연결되는 라파 국경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유일한 통로였다. 이 때문에 라파 국경 폐쇄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사형선고’와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라파가 하마스의 마지막 거점으로, 이곳 국경이 무기 반입 등 하마스의 테러 활동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이스라엘의 라파 국경검문소 장악은 이스라엘로부터 가자지구로 무기와 자금을 밀반입하려는 하마스의 역량을 차단하기 위한 제한된 범위의 작전이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라파 국경에 주둔하면서 라파에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의 활동을 막는 데 좀 더 가까워진 것은 물론 하마스와 계속 싸우겠다는 결의를 보여줘 휴전 협상에서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가디언은 관측했다.
이스라엘의 라파 국경 장악은 전날 하마스가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가 제시한 휴전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한 이후 이뤄졌다.
휴전안에는 우선 42일간 휴전을 하는 대가로 여성과 노인 등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등을 석방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 양측이 더 많은 인질을 석방하는 등 ‘지속 가능한 평온’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는 ‘지속 가능한 평온’을 전쟁 종식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세운 이스라엘은 이런 해석에 반대하고 있다.
라파 지상전 의지를 굽히지 않는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하마스의 입지를 좁히면서 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도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에서 감지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국경 장악에 대해 “하마스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해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조치”라며 추가적인 압박만이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들이 풀려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이미 이전 인질 협상에서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인질 송환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스라엘은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어떤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상팀에 인질 석방 및 안보에 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하마스를 뿌리 뽑거나 첫 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라파에서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 계속된다면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며칠 내 카이로에 협상단을 보낼 예정이다.
최소한 합리적이고 신속한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진지한 논의의 틀이 마련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근본적인 이견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적대 행위의 영구적 종식은 아직 멀었다는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