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검문소 장악 등 절제된 작전…바이든도 허용한 듯
전문가 “선 안 넘을듯”…연정 내 극우·초정통파 압박이 변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류에도 라파 지상전 돌입 수순에 들어가며 잇단 파열음을 내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일방행보 수위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넘으면 대가를 치러야 할 금지선)을 넘지는 않았다는 내부 진단이 전해진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 라파 지상전 반대 입장을 재차 전달한 지 몇시간 만에 라파 동부 외곽을 공습한 데 이어 가자지구 쪽 라파 국경 검문소를 장악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이 아직 라파 시내에 직접 진입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 당국자들은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백악관은 이스라엘의 이번 라파 국경 장악을 미국의 가자지구 전쟁 정책 기조의 방향을 바꿀 레드라인 침범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번 국경 장악 작전에 대해 미리 전달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이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수많은 민간인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는 라파 시내에서의 대규모 지상 작전에 대한 반대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이번 라파 국경 작전은 하마스의 무기 밀수를 막고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하며 대규모 지상전에 돌입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커비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미국에 라파 국경 작전은 제한된 범위와 시간 내에서 이뤄질 것이며 이는 하마스가 이집트와의 국경을 통해 무기를 밀수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번 일이 대규모 지상 작전이라고 설명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미국 측에 라파 국경을 장악하는 것은 인질 협상에 있어서 하마스 측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이 당국자들은 악시오스에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이스라엘의 작전이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있어서 결정적인 ‘한계점’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계속 공습을 가하고 하마스의 퇴로인 라파 국경까지 막으면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한 라파 시가전이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라파 지상전에 돌입할 경우 이는 미국이 추진해 온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및 인질 협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더 큰 균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미 고위 당국자들은 만약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통제를 벗어나 지상군이 라파 시내에 직접 진입한다면 이는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을 변화시킬 ‘한계점’이 될 것이라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한 당국자는 “만약 이게 이스라엘이 하려고 하는 전부라면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다음이 뭐가 될지에 대해서는 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협상 전문가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WSJ에 “이스라엘이 라파 작전을 점진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보이며 바이든 행정부가 비난하는 수준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네타냐후의 계산은 바이든을 기쁘게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연립정권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여지를 두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에 강경론을 지닌 극우, 유대교 초정통파 세력의 지지를 받아 연정을 이끌고 있다. 이들 세력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마스 궤멸을 위한 라파 공격이 이뤄지지 않으면 연정을 해체하겠다는 협박을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