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의대정원 증원’을 놓고 정부가 운영했던 각종 회의체 기록이 의대증원의 핵심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https://2ff093c65bbe08a4848aa021526fb0b9.safeframe.googlesyndication.com/safeframe/1-0-40/html/container.html

법원이 보건복지부에 관련 회의체의 회의록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정부는 회의체 3개 중 1개의 회의록만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법원에 자료를 제출하는 동시에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고 전문가 수십명을 투입해 증원과정의 부당함을 입증한다는 구상이다.

6일 의료계와 법조계,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난달 30일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정부에 증원 규모로 내세웠던 2000명의 근거와 회의록 등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고 증원분을 배정한 것인지, 차후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예산이 있는지 등 현장실사자료와 회의록 등을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의대 증원을 위해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정원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등 3개의 회의체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건 보정심 회의록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현안협의체는 2020년 의사 집단휴진을 마무리하며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체결한 ‘9·4 의정합의’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28차례 열렸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의정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원활한 협상을 위해 회의록을 따로 작성하지 않고 합의 내용만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정협의체는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제출할 회의록도 없다”고 밝혔다.

회의록이 없는 탓에 “협의체에서 증원을 논의했다”는 정부와 “증원 논의는 없었다”는 의협의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결론이 안 나자 올 2월 6일 보정심 회의를 열고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

정부는 보정심 회의는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회의록을 생산할 의무가 있는 만큼 회의록을 작성했으며 이를 법원에 낼 방침이다. 다만 지난해 8월부터 보정심 산하에 운영한 의사 인력 전문위원회 회의록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정심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 중 의대 정원에 관한 회의록을 10일 전까지 법원에 성실히 제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 3월 15∼20일 배정위를 열고 대학별 정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국회 등의 요구에도 심사위원 명단과 회의록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배정위 회의록은 법원에 제출될 가능성이 낮고, 만약 제출될 경우에도 익명 처리 등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정부가 회의록 제출에 소극적일 경우 증원 집행정지 재판 결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가능한 모든 자료를 법원에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4일 사법부가 요구한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한 근거 자료와 회의록을 명백히 공개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공정하고 과학적이며 수없이 많은 의료 전문가가 검토하고 만들었다는 수천장의 자료와 회의록을 사법부에 제출하고 명명백백히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의교협은 “2000명 증원 시 부실 교육 위험이 크다는 전의교협의 경고를 사법부가 인정한 것”이라며 “그러나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일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아무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채 의대 모집인원 제출 현황을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2000명 증원과 배분이 ‘깜깜이’ 밀실 야합에 의한 것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불통의 (정부) 정책 결정은 비단 의료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세계 최고라던 우리나라 의료를 2개월 만에 바닥으로 추락시켰고, 세계적 수준의 의대 교육 또한 강의실 하나에 수백명이 수업을 듣던 과거로 회귀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농단, 교육농단에 이어 이제는 이를 감추기 위해 재판부 결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사법부를 우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의교협은 의학회 등과 연계해 의사 수 추계 모형의 타당성, 예산 및 투자 현실성 등을 검증하고자 국내외 전문가 30∼50명을 모아 정부 근거 자료를 분석한 뒤 공개할 계획이다.

전의교협은 “잘못된 정책은 스스로 인정하고 수정하면 된다”며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입학정원 확대 및 배분 절차를 당장 중지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도 “백년 국가 의료정책에 대해 회의 후 남은 게 보도자료밖에 없다”며 정부와 전임 집행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서울경제

0
0
Share: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