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을 6개월 앞두고 ‘내우외환’ 처지에 놓였다.

가자지구 전쟁이 벌써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퇴로를 찾지 못한 채 확산하고 있는 대학가의 반전 시위 대응을 두고서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어서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야영 텐트 농성을 넘어 건물 점거 사태로 번진 대학가 시위를 두고 반(反)유대주의를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자신의 대(對) 이스라엘 노선에 분노하는 대학생들의 ‘저항할 권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시에 가자전쟁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매우 민감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 바이든 캠프는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휴전이 이뤄지면 국내에서 정치적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가 휴전안에 부정적인 응답을 보냄에 따라 낙관론에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와 관련, CNN 방송은 1일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산적한 대내외 정책 과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강력한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요구와 바이든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공감 능력이 상충하는 드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도시와 대학 캠퍼스의 무질서한 이미지가 주는 악영향을 그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아왔다.

다만 대학가 반전시위에 대한 공개 언급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지구의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유대주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난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은 “양비론”이라고 비판을 가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반전시위와 관련한 질문을 피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 워키쇼에서 열린 연설에서 “바이든은 어디에도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나가서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상의해야 한다. 하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바이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얘기를 한다고 해도 중요치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전날 경찰이 컬럼비아대 해밀턴 홀을 점거한 반전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 해산한 것을 두고 “경찰이 들어간 지 2시간 만에 모든 게 정리됐다”며 “정말 보기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뉴욕 최고의 장면”이라고 했다. 그는 강제 진압을 위한 공권력 집행에 대해 “믿기 힘들 정도로 잘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그간 캠퍼스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대학 당국을 향해서는 “즉시 텐트 농성장을 철거하고 급진주의자들을 물리치고, 수업을 들을 안전한 장소를 원하는 일반 학생들에게 캠퍼스를 돌려주라”고 촉구했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당당히 서서 평화로운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을 부추긴 반면, 바이든은 수정헌법 1조를 옹호하고 반유대주의와 이슬람 혐오 대응을 강화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반전 시위가 대선 전까지 이어질 경우 바이든은 더욱 곤란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대학 캠퍼스 방문은 청년 유권자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전 이후 캠퍼스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최초의 민주당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시위 상황과 관련,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인들은 법 안에서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가진다”며 “소수의 학생이 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7일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기리는 박물관에서 반유대주의를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어서 이번 시위 사태에 대한 언급 내용이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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