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쉽으로 화해하려고 노력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왜 “나 만지지마”라고 소리칠까?
▶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의 강철 멘탈클래스
태어난지10주에서 6개월 사이의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엄마가 아기를 자주
안아주고 스킨쉽을 해주었던 아기들은 여러 종류의 감기나 기침, 구토, 설사등 병치레를
하는 확률이 자주 안아주지 않은 아기들에 비해 훨씬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인간에게 터치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주었던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터치에 대한 연구가 또 있습니다. 노이로제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치료팀이 이 여성들을 안아주는 횟수가 잦고 안아주는
시간이 길수록 그녀들의 회복이 다른 여성 환자 그룹 (안아 주지 않은 채 다른 치료는
똑같이 한 그룹)에 비해 회복률이 높을 뿐 아니라 회복 기간도 훨씬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류학자 James Prescott박사의 연구에서는 각 나라와 풍습 그리고 문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잘 안아주지 않는 풍습을 가진 나라나 부족일수록 그 사회에서
일어나는 성인 범죄율이 높았던 반면 많이 안아주고 만져주는 문화를 가진 사회의
아이들은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 졌다고 연구
결과를 보고 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스킨쉽이 인간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과 웰빙에 매우 중요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동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스킨쉽에 대해서 남녀의 반응이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신체
장기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피부입니다. 그런데 이 피부가 남성보다는
여성이 훨씬 더 예민하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 깨닫고 계셨을 것입니다. 이유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때문입니다.
이 옥시토신은 외부적인 만짐이 있었을 때 그 감각을 느끼는 수용체를 더 민감하게 자극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결과적으로 옥시토신의 분비가 훨씬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지는 터치를 더욱
원하게 만드는 것이죠. 뿐만아니라 피부라는 장기 자체도 남성에 비해 여성의 피부가
열배이상 민감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스킨쉽이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고 그 의미가 큰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크다는 것은 그 의미 있는 부분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부부 싸움중 그 싸움을 일으켰던 문제가 깔끔히 풀리지도
않았는데 남편이 슬그머니 아내를 안아주려는 행동이 더욱 큰 갈등을 만들어 내는 이유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자신을 화나게 했던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신에게는 소중한 스킨쉽을 싸움 도중에 한다는 사실은 자신의 몸을 함부로
대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남편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남편
입장에서는 화를 풀고 아내와 화해를 해 보려는 자신의 선한 의도가 아내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을 거부하며 민망하게 만드는 아내에게 화가 나게 되는 것입니다.
스킨쉽이 갖고 있는 의미가 여성에게 어떤 것이었는지 알았다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마음의 상처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내와 화해할 수 있을까요? 부부가 화해를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이 바로 듣기 평가 실력입니다. 아내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면 그 속에 답이 있습니다.
나의 추측이 아닌 상대의 얘기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아직 어렵다고 느끼신다면 가장 기초적인 기술을 써 보시기 바랍니다. 보통 아내들은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남편이 이해했다고 느끼는 순간 일단 화가 풀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이 없다 할 지라도 말이죠.
그러니까 아내의 입장을 잘 들은 후 아내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답변을 해 주는 것이죠. 예를 들어 “당신이 화가 난 이유가 내가 당신을 무시했다고 느꼈기 때문이구나. 무시 당한다고 느끼면 나라도 화가 나겠네. 미안해!” 라고 말이죠. 그렇게 깊은 화를 풀어 준 후에 스킨쉽을 시도한다면 아내도 못이기는 척 웃으며 남편의 화해 제스처를 받아 줄 것입니다.
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
ssung0191@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