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식당인 칙필레(Chick-fil-A) 매장을 찾은 한인 유모씨는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즐겨 주문했던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가 6.29달러에서 7.09달러로 한 달새 1달러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유씨는 “다른 메뉴도 대부분 10% 이상 인상됐더라”며 “패스스푸드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즉각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4월1일부터 캘리포니아주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 종업원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20달러로 오르면서 대형 외식업체 체인들의 가격 줄인상이 현실화돼 한인 이용자들의 체감물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센셜이 맥도날드와 치폴레, 도미노, 버거킹, 피자헛, 잭인더박스 등 미국 내 70개 대형 패스트푸드와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체인점 수천 개 매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캘리포니아주 패스트푸드 가격이 전반적으로 10% 정도 인상됐다. 이는 미국 전체 주 가운데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캘리포니아는 주법인 AB1228이 공식 시행된 지난 1일부터 미 전국에 6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업계 피고용자들의 최저임금을 기존 16달러에서 20달러로 25% 올렸다. 반면 연방정부가 규정한 최저임금은 7.25달러로 2009년 이후 한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패스트푸드 메뉴 가격 인상은 예견된 일이다. 컨설팅업체 레비뉴 매니지먼트 솔루션은 패스트푸드 업계의 시간당 임금 1달러 인상이 비용 상승을 초래해 메뉴 가격 2%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점 치폴레는 지난주 투자가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4월 첫째주 캘리포니아 지역 500여개 매장의 음식가격을 전년 동기 대비 6~7% 올렸다”고 발표했다. 치폴레의 최고 회사책임자인 로리 샬로우는 “캘리포니아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에 대응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잭인더박스의 메뉴 가격도 약 7% 인상됐다. 패스트푸드 가격 결정권은 각 프랜차이즈 사내규정에 따라 다르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의 경우 점주가 가격을 스스로 결정하는 반면, 치폴레 등은 본사가 가격을 결정한다.

29일 LA한인타운 웨스턴길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을 찾은 김모씨는 “가격을 인상한 매장 대부분은 햄버거, 부리토, 피자 등 우리같은 서민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라며 “임금 인상의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푸념했다.

[미주 한국일보 –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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