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대만 중부 타이중에 건설 예정인 최첨단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장의 부지 개발을 연기했다.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최근 발표한 2026년 하반기부터 시작하는 1.6나노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0일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중부과학단지 관리국은 전날 오는 6월께 관련 공장의 건설이 시작될 수 있도록 부지를 제공하려던 계획이 예정보다 반년 늦어진 12월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쉬정쭝 관리국 부국장은 남부 가오슝의 최첨단 2나노 공장의 건설 속도가 타이중 1.4㎚ 공장 개발 계획보다 더 빨라 TSMC 내부에서 ‘속도 조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속도 조절’의 구체적인 의미나 배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중부과학단지 타이중 단지 확장건설 2기 개발부지에 2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을 설립하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부지 개발 외) 기타 계획은 지난해 최종 통과한 환경영향평가 내용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 정보정책협의회 산하 산업정보연구소(MIC)의 천쯔앙 선임 산업 컨설턴트는 TSMC가 최근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대비 20%에서 10%로 하향 조정한 것과 관계있다고 밝혔다.
그는 TSMC의 이런 입장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TSMC는 실적을 발표하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생산 단가가 높아지는 등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웨이 CEO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공정 비중 확대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모든 고객이 4나노미터(㎚·10억분의 1m)에서 3나노, 2나노로 전환하는 추세”라며 “고객이 TSMC가 특정 지역에 있기를 원한다면 추가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인플레이션과 전기료로 인해 제조 비용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어 이미 고객들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TSMC는 연내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으로 1.6나노 공정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최근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에서 2026년 하반기부터 1.6나노 공정을 통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나노와 1.4나노의 중간 공정이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나노다. 2나노 부문에서는 TSMC가 대체로 우세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