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지난해 10월 13일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무기거래와 관련해 중요한 내용을 공개했다.

북한이 컨테이너 1천개 분량의 군사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과정을 담은 위성사진을 공개하는 한편 이 불법 행위에 가담한 2척의 선박 가운데 한 척이 앙가라(Angara)호라고 밝혔다.

8천811톤(t)급 화물선인 앙가라호는 지난해5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과 국무부의 제재 목록에 오른 선박이다. 당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앙가라호는 북한 라진항에서 러시아로 무기를 운송하기 위해 항해하면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상태로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 1718호 등 다수의 대북 결의를 통해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불법행위로 미국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선박이 북한 해역에 진입해 또 다른 제재 위반 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그런데 로이터통신은 지난 25일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를 인용, 앙가라호가 지난 2월부터 중국 저장성 동부의 저우산 신야 조선소에 정박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 무기거래에 관여한 러시아 화물선에 정박지를 제공한 것이다.

조지프 번 RUSI 선임연구원은 정박해있는 앙가라호가 “아무 조사를 받지 않고 수리를 마친 채로 출항하게 둔다면, 이는 중국이 (제재 대상) 러시아 선박들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물론 중국 외교부는 관련 질의에 해당 문제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세부사항은 모른다면서도 “국제법이나 안보리의 권한에 근거를 두지 않은 일방적 제재와 확대 관할법(long-arm jurisdiction) 적용에 항상 반대한다”고 밝혔다.

결국 북한과 러시아간의 무기 거래와 관련된 선박 문제로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9일 북한제 무기를 러시아로 운송해 제재를 받은 러시아 선박이 중국의 항구를 이용했다는 보도와 관련,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된 보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이는 우리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방위 산업과 관련해 중러의 관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역내에서 위험한 일일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규정한 뒤 “관련한 행위자들이 책임을 묻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앙가라호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외부 무기지원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압박과 맞물려 향후 상당기간 국제사회의 관심을 끄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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