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로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신춘수(57) 오디컴퍼니 대표는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이 성공해야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뮤지컬 본고장에서 정면 승부에 나섰다고 말했다.

위대한 개츠비의 성공을 통해 한국 뮤지컬계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신 대표는 위대한 개츠비의 브로드웨이 정식 개막 공연 다음 날인 지난 26일 뉴욕 맨해튼의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개막 공연을 마친 소감을 이처럼 말했다.

그는 “브로드웨이 극장은 관객이 있어도 주간 판매액이 100만 달러(약 13억7천만원)가 안 되면 막을 내려야 한다”며 “아직 안심할 수는 없지만 지금 현재 분위기라면 (흥행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작품 성공을 낙관했다.

◇ 20세기 美 문학의 정수 ‘위대한 개츠비’…뮤지컬 관점서 원전 본질 전달 노력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작가 F.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뮤지컬 작품이다.

재즈 시대라고 불리는 1920년대, 대공황 직전 전후 호황기 뉴욕 상류층의 호화로운 삶과 그 이면의 불안함, 사회 모순을 예리한 필치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작품이다.

신 대표는 “작품 속 1920년대는 전쟁 이후, 팬데믹 이후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였다는 점에서 시대를 관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재조명할 수 있는 작품이라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1920년대는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대유행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다.

신 대표는 원전이 가진 비극적인 무게감에 비해 뮤지컬을 지나치게 가볍고 화려하게 다룬 것 아니냐는 지적에 “원작을 뛰어넘기는 어렵지만 본질에 대해 굉장한 고민을 했다”며 “극장 문을 나설 때 관객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전 소설을 읽은 이들은 자기 나름의 상상 속 이미지가 있다”며 “모든 이미지가 각각 다른데 우리는 거기에 흔들리지 말자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원전 소설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재현하는 데 애초 한계가 있었던 만큼 뮤지컬 관점에서 원작이 가진 본질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 대표는 “화려한 파티 속의 비극, 이를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도록 가장 큰 힘을 기울였다”며 “파티 장면을 보여주려고 했던 게 아니라 그 속에서 개츠비가 가졌던 씁쓸한 아이러니와 사랑을 담으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평에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지만 제작진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며 “이제는 배우들이 캐릭터를 구축하고 집중력 있는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인 최초 작품 기획·제작 지휘…”한국 무대도 계획 중”

위대한 개츠비는 신 대표가 단독으로 리드 프로듀서로 나서 제작과 기획을 진두지휘하는 작품이다.

한국인이 브로드웨이 공연의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에서 통하면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다”며 “이미 영국,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도 작품을 함께 하자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늦어도 2026년 초까지는 위대한 개츠비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신 대표는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한국에서 먼저 작품을 할 생각을 했지만, 자꾸만 한국적인 감성으로 끌고 가려는 것을 발견했다”며 “그래서 이것은 아니다. 본고장에서 정면승부를 하자고 바꾸었다”라고 말했다.

위대한 개츠비 원작 소설에 대한 저작권이 2021년 풀린 상황에서 현재 총 7편의 작품이 뮤지컬로 이미 만들어졌거나 준비 중이라고 한다.

◇ 개막전 프리뷰공연 연속 매진…”2024년 시즌 신작 중 판매량 톱”

위대한 개츠비는 브로드웨이 개막 초반부터 흥행몰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해 10월 뉴저지주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 극장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했을 때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브로드웨이 데뷔를 예고해왔다.

신 대표는 “페이퍼밀 공연도 보기 드문 일이지만, 브로드웨이 정식 개막 전 프리뷰 공연도 10회 연속 매진이 됐다”며 “2024년 시즌 신작 중에 개츠비가 판매량 톱인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위대한 개츠비 원작에 거는 기대가 뮤지컬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미 대부분 고교 문학수업에서 다뤄질 만큼 미국인들에겐 친숙하고 널리 사랑받는 작품이다.

신 대표는 “주간 판매액 ‘백만불클럽’이란 게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데 프리뷰 첫 주부터 백만불클럽을 달성했다”며 “젊은 관객층이 지지해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간 판매액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극장주가 몇주 만에 일방적으로 작품을 내릴 권리가 있는 게 브로드웨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는 “매주 100만 달러라고 해도 사실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이라며 “그 이상을 판매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3전 4기’ 도전 결과…”어떤 결과 나오든지 끝 아냐”

신 대표는 자신의 성공적인 브로드웨이 진출이 후배 뮤지컬 제작자들의 브로드웨이 진출, 나아가 ‘K-컬처’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신 대표는 지난 2009년 ‘드림걸즈’를 시작으로 이미 앞서 세 차례 브로드웨이 진출 도전장을 내 바 있다.

2014년 ‘홀러 이프 야 히어 미’와 2015년 ‘닥터 지바고’로 두 차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지만, 번번이 실패의 쓴맛을 봤다.

그는 “그동안 브로드웨이에 (한국 제작자의) 성공 사례가 없었다”며 “케이팝만 봐도 성공 사례가 만들어지자 자본이 모이듯 뮤지컬도 사례가 만들어지면 더 많은 창작자와 제작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브로드웨이에 자리를 잡아 후배들이 더 좋은 창작을 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한국적인 소재도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뮤지컬은 보편적인 언어이고 공연을 만드는 목표는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라며 “이번 작품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제 작업은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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