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당내 강경파의 반대에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에 대한 안보지원 예산안 처리 방침을 굳히면서 의장직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CNN과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18일 존슨 의장이 예고한 대로 오는 20일 안보 예산 처리를 추진할 경우 당내 일부 강경파의 주도로 해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존슨 의장은 전날 상원에 계류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 지원을 위한 패키지 안보 예산법안을 처리하는 대신 우크라이나 610억달러, 이스라엘 260억달러, 대만 80억달러 등으로 각각 나눠 총 950억달러 규모의 3개 예산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더해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 장벽 건설을 재개하고 이민을 한층 엄격하게 규제하는 별도의 국경안보법안까지 모두 4개 법안의 동시 처리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가중된 압박 속에 민주당의 패키지 안보 예산법안 처리를 피하는 대신 안건을 분리함으로써 공화당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의원들의 뜻에 따라 4개 예산법안이 다 통과될 수도 있고, 일부만 통과될 수 있다.

하지만, 공화당 일부 강경파들은 예산지원법안 처리 자체를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의 지각 처리 이후 이를 비판하며 존슨 의장 해임 건의안을 제출한 당내 초강경파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이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그린 의원은 안보 예산법안 처리 전까지는 해임 건의안 처리를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법안 처리 이후에 강경파들이 가세해 하원의장 해임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존슨 의장은 전임 케빈 매카시 의장의 전철을 밟아 축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미 그린 의원에 이어 공화당의 또 다른 강경파인 토마스 매시 의원이 존슨 의장 불신임 입장에 가세했다.

또 매시 의원 외에도 하원 운영위 소속인 랄프 노먼, 칩 로이 의원이 전날 존슨 의장이 안보지원예산법안의 처리를 위해 법안들을 본회의로 넘기는 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강경파들은 지난해 9월 자당 소속인 당시 매카시 의장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직에서 해임한 바 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피하기 위해 당시 매카시 의장이 임시예산안을 처리하자 맷 게이츠 의원이 단독으로 해임결의안을 발의했다.

이어 당시 매카시 의장은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 8명과 민주당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해임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CNN은 “존슨 의장이 매카시 전 의장을 비롯해 폴 라이언, 존 베이너 등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면서 “그는 미국의 전통적 국익을 지키는 선택을 하거나 당내 강경 보수 세력에 휘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218석의 의석으로 민주당(213석)보다 5석이 많다.

민주당이 힘을 보탤 경우 안보 예산안은 존슨 의장의 의도대로 무난하게 처리될 수 있다.

의회에 안보 예산안 처리를 촉구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존슨 의장의 4개 안건 분리 처리 방안에 대해 즉각적인 지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공식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반대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안보예산법안이 처리되고 나면 공화당 강경파 내부에선 해임건의안 표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민주당의 선택이 존슨 의장의 정치적 명운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전임 매카시 의장 때 전원이 해임찬성표를 던졌던 것과 달리 ‘존슨의장 구하기’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예산 처리를 전제로 존슨 의장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다만 상대당의 도움으로 자리를 보전한 하원 의장이 장기적으로 당내에서 예전과 같은 권위와 정치력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존슨 의장의 자리는 한층 위태롭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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