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후폭풍이 대통령실을 덮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2주년을 한 달 앞두고 열린 4·10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을 바꾸기는커녕 개헌 저지선을 겨우 넘는 최악의 결과를 직면했다.

선거 운동 기간 국민 감정선을 건드린 야당의 막말과 부동산 논란에도 민심은 현 정부 2년을 더욱 냉혹하게 평가한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은 임기 3년 동안 대대적인 국정 운영 기조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 尹대통령 “국정 쇄신하겠다”…침통한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전했다.

총선 결과가 확정되고 오전 10시 40분 공개된 윤 대통령의 첫 반응이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비서실장이나 배석한 이도운 홍보수석, 김수경 대변인의 표정은 무거웠다. 평소 주요 사안을 발표할 때는 다른 참모진들도 참석했지만, 이날은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역시 이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참모들과 함께 패배의 원인을 복기하며, 수습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향후 국정 운영 방향과 관련,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언급을 자제했다.

◇ 수습 첫 착점은 인적쇄신…당·정·대통령실 줄줄이 사의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실 고위직들은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이 비서실장을 비롯해 성태윤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이다.

한덕수 총리 역시 윤 대통령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대표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정·대 수뇌부가 동시에 총선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선거 패배 후 당정에 인적 쇄신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이처럼 여권 고위직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지난 2021년 4·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후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총리 대신 김부겸 총리를 지명하고, 5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으며, 청와대에서는 정무수석·사회수석을 새로 임명한 정도다.

어느 선까지 사의를 수용할지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2기 대통령실’ 체제가 출범한 지 약 4개월에 불과한 게 윤 대통령의 고민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모 총사퇴에 따른 국정 공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총리도 현 정부 초대 총리로서 교체 시기를 맞았다는 시각도 있지만, 2기 내각이 완성된 지 약 4개월 정도인 점이 변수다.

어찌 됐든 총선 패배의 수습책 마련을 위한 윤 대통령의 첫 착점은 인적 쇄신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한 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의 사의 수용 여부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 국정 운영 기조 변화 줄까…’불통’ 리더십 해소 과제

차기 국회가 압도적인 야권의 수적 우세로 재편됨에 따라 ‘수직적 리더십’과 ‘불통’ 이미지에 갇힌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협치’에 방점을 찍은 국정 운영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야당과 긴밀한 협조와 소통에 나서겠다는 게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 정부의 국정 과제 상당수는 입법이 수반돼 국회 협조가 필수적이다. 거대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협치’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그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단둘이 마주하지 않았다. 야권과 관계 설정이 중요해진 만큼 이러한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소통과 리더십 스타일에도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질의응답 없이 생중계로 51분간 일방적으로 읽어내린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뛴 KBS와의 대담, 이른바 ‘황상무·이종섭’ 논란 및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에 대한 소극적·방어적 입장 표명 등이 켜켜이 쌓이면서, 이번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이어졌다는 게 여야를 가리지 않는 분석이다.

당정 관계에도 좌표 재설정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이 3번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데에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심지어 대통령실이 막후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문제를 지적하자 총선 직전 사퇴를 종용했던 장면들이 유권자에게 ‘수직적 리더십’으로 인식됐다는 게 여권 내부의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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