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법무부 장관 때 金 사면…”복권은 예정된 수순” “어불성설, 당시 반대”
취임 3주 만에 ‘윤한 갈등 시즌2′ 될까 우려…’대통령 고유권한’ 인식은 공유
“韓, 복권 반대로 尹과 차별화” 시각도…野선 친명·친문 ‘갈라치기’ 의구심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놓고 당정 간 이견이 표출되면서 여야 정치권에 복잡다단한 파장을 낳고 있다.
김 전 지사의 복권 추진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반대 의사를 공개 피력하면서 이른바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한 대표 취임 3주 만에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대안 카드’ 중 하나로 꼽히는 김 전 지사의 정치 복귀를 터주게 되는 이번 일에 대해 여야 간, 당정 간 시각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 “金 복권, 사면 당시 예정된 수순” vs “상식적으로 말 안 돼”
법무부는 지난 8일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김 전 지사 복권 등을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상신할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을 결정했다.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9일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도 않는다”며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한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런 의사를 대통령실에도 여러 경로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즉각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선을 그었다.
김 전 지사가 사면된 2022년 12월 당시 복권까지 이미 결정돼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때는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11일 “지난 2022년 12월 김 전 지사의 잔형을 사면하기로 결정했고, 2024년 4월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복권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며 “(총선 이후) 복권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데, 사면하면서 복권을 미리 결정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전 대표 측에서는 지난 4월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와 첫 회담을 앞두고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고, 이 전 대표가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지사 복권이 “4월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만남과 관련해서 전혀 거론된 바도 없고, 요로를 통해서 부탁이 온 것도 없다”고 부인했다.
◇ 취임 3주 만에 ‘윤한 갈등 시즌2′ 오나…’대통령 고유 권한’ 인식은 공유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복권에 대해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당정 간, 당내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사이의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대통령실과 친윤계에서는 한 대표의 문제 제기 방식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김 전 지사의 사면은 한 대표의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결정됐는데, 지금 와서 복권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사면·복권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내고 타당하면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전혀 반대 의견이 없었다”며 “이는 지난 2022년부터의 과정을 다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 고유권한인데 당 대표가 그렇게 말하는 게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며 “법무부 장관 당시에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 와서 얘기하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대표 측 관계자는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김 전 지사의 사면에 반대했다”며 “대통령 권한이니까 당시에 그냥 받아들인 것이고, 복권을 안 시켜줌으로써 나름대로 타협·절충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내에서는 친한계 외에도 “향후 각종 선거에서 여론조작을 통한 범죄가 횡행하게 된다”(조경태 의원), “역대 정부도 선거 범죄만큼은 사면·복권을 자제해왔다”(안철수 의원)는 등 다선 의원을 중심으로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김 전 지사의 복권 여부가 최종 결정될 13일 국무회의 의결과 윤 대통령의 재가가 1차 분수령이 되리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 대표 측도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전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윤한 갈등’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갈등 구도는 우리가 절대 바라지 않는 것”이라며 “결국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野 친명·친문 ‘갈라치기’ 의심…”韓, 尹과 차별화 시도” 해석도
김 전 지사의 복권 문제는 이처럼 당정 간 이견을 노출한 동시에 여야 정치권에서 여러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야권 입장에서는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가 복권되면 그의 정치 복귀가 가져올 파급력을 주목하는 모습이다.
김 전 지사가 이 전 대표의 ‘대항마’급 파급력을 지녔을지에 대해선 여권에서는 물론 야권에서도 의문 부호가 달리지만,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 향배에 따라 언제든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지사가 향후 재·보선 등을 통해 재기할 경우 비명(비이재명)계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여기에는 친명(친이재명)과 친문(비명)을 ‘갈라치기’ 하려는 여권의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한 대표의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입장이 알려지자 전날 자신이 윤 대통령에게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했다는 주장을 꺼내 들기도 했다.
당의 내부 분열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이번 사안을 ‘윤한 갈등’ 구도로 맞춰가려는 생각도 엿보인다.
한 대표가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복권에 반대 의견을 낸 배경 역시 관심사다. 그는 또다시 대통령실과 각을 세운 모양새가 됐는데, 공개 발언이 아닌 ‘전언’ 방식이었다.
이를 두고 자신의 정치적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감을 지닌 전통적 지지층은 물론 정치인 사면·복권에 부정적인 중도층 여론도 살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